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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죽음의 무기상’ … 최소 25년형 받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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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죽음의 상인’이라 불리는 러시아 출신 세기의 무기 공급상 빅토르 부트(Viktor Bout·44·사진)가 미국 법원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다. 맨해튼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2일(현지시간) 살인공모, 무기밀매, 테러조직 지원 등 4가지 혐의 모두를 인정해 부트에게 유죄 평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부트는 내년 2월 형량 선고공판에서 최소 25년형, 최대 종신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트는 2005년 개봉한 니컬러스 케이지 주연의 영화 ‘로드 오브 워(Lord of War)’의 실제 모델이다. 그는 소련 붕괴 이후 방치된 재래식 무기와 군용기 등을 헐값에 인수해 아프리카·남미·중동 지역 독재자와 군벌들에게 팔아넘겼다. 부트가 20년간 벌어들인 수익은 60억 달러(6조789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꼬리가 밟힌 건 2008년 태국 방콕에서다.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을 가장한 미국 마약단속국(DEA) 정보요원과의 무기 거래를 위해 방콕을 방문했다가 체포됐으며 지난해 5월 미국 뉴욕으로 추방됐다. FARC는 미국이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콜롬비아 반군이다. DEA는 2006년 말 부트와 위장 거래를 시작했다. 지대공미사일 100기, AK-47 소총 2만 정, 권총 350정, 수류탄 2만 개, 박격포 740대, C-4 폭약 5t, 탄약 1000만 개를 주문했는데 부트는 “가능하다”는 답변을 보냈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 테러조직 알카에다에도 무기를 공급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화물수송기 2대를 500만 달러에 팔려고 한 순수한 비즈니스맨”이라며 이를 모두 부정했다. 부트의 변호인 측은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범죄인 인도 문제로 갈등을 겪어온 러시아는 “미국 정부의 정치적 주문에 따른 불공정한 평결”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도청을 통한 녹취만으로 기소한 것을 문제삼으며 “부트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해 그를 조국으로 귀환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선고일은 내년 2월 8일이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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