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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제치고 문재인·이해찬 찾아가는 황우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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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 황우여(사진) 원내대표는 2일 “노무현 정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했던 이해찬·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만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FTA 비준안 처리 여부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한 전 총리는 민주당 소속(현재 당 고문)이지만 이 전 총리와 문 이사장은 민주당 당적을 갖고 있지 않다. 이 전 총리와 문 이사장은 현재 정당 바깥에서 야권 통합을 추진하는 세력인 ‘혁신과 통합’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황 원내대표가 야권의 ‘장외 실세’들인 이들을 만나겠다고 하는 데엔 까닭이 있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와 합의한 게 의원총회에서 휴지조각이 되는 현실에서 민주당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 세 사람을 만나 비준안 처리의 협조를 얻는 게 더 빠른 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한나라당 당직자는 설명했다.

황 원내대표가 야권 통합 문제 때문에 민노당의 눈치를 보는 민주당 지도부와 대화하기보다 야권 통합 세력에 대해 상당한 발언권을 가진 세 사람을 설득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와 문 이사장은 한·미 FTA를 체결했던 노무현 정부에서 요직을 지냈던 인물들이다. 특히 문 이사장은 2007년 6월 한·미 FTA가 체결됐을 때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는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을 통한 (미국에의) 추가 양보가 너무 커서 현 상태에서의 비준은 반대한다”면서도 ‘미국과의 FTA는 안 된다’거나 ‘FTA 자체를 반대한다’는 근본주의적 반대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랬기 때문에 황 원내대표 측은 “만나서 얘기하면 돌파구가 생길 수도 있다”며 기대를 걸고 있다.

문 이사장의 측근인 김경수 ‘혁신과 통합’ 상임위원은 “아직 만나자는 제의를 받지 않았다”며 “문 이사장은 한·미 FTA 비준 문제에 대해선 분명히 반대 입장을 밝혔고 국회의원도 아닌데 여당 원내대표와 만나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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