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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알리 야반도주하고, 무바라크·카다피 몰락했는데 … 미국, 여전히 독재자들 비호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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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미국은 튀니지에서 독재자의 권력보다 (분신 자살한) 노점상의 목소리를 더 중시한다”며 아랍의 민주혁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랍의 시민혁명으로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 튀니지 대통령이 야반도주하고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최고지도자가 축출됐음에도, 미국은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국민을 탄압하며 철권을 휘두르는 독재자들을 여전히 지원하고 있다고 미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FP)’ 최신호(11~12월호)가 보도했다. FP는 미국이 지정학적 중요성과 패권 유지 등을 위해 독재자들을 지원한다며 대표적인 독재자 8명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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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는 압둘라(87) 사우디아라비아 국왕도 포함됐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사우디 정부는 900만 명에 이르는 여성과 800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 200만 명의 시아파 무슬림(이슬람교도) 시민의 권리를 조직적으로 탄압하고 국민의 민주화 요구에 귀를 막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사우디로부터의 안정적 원유공급과 압둘라 국왕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이슬람 카리모프(73)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1990년 집권 이후 야권 탄압과 부정선거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다. 미국은 아프간 주둔 미군에 보급품을 수송하는 통로로 우즈베크를 활용하는 대가로 군사 지원과 함께 1200만 달러 규모의 원조도 제공했다.

 멜레스 제나위(56) 에티오피아 총리도 야권 탄압과 부정선거에도 미국으로부터 동맹국 지도자로 대접받고 있다. 미국은 소말리아의 이슬람 무장단체를 공격하는 데 에티오피아의 무인항공기 기지를 활용하면서 제나위 정부에 5억3300만 달러를 원조했다.

 하마드(61) 바레인 국왕은 올해 초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에 자극을 받은 시민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자 이를 강경 진압해 30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 오바마 정부는 미 제5함대가 주둔한 바레인에 최근 5300만 달러 규모의 무기를 판매했다. 쯔엉떤상(62) 베트남 국가주석도 언론탄압 등을 하고 있는데도 미국의 지지를 받고 있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토분쟁을 겪는 베트남이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전략적 국가라며 중시하고 있다.

 부정축재 의혹을 받는 에모말리 라흐몬(59) 타지키스탄 대통령, 부패와 인권 탄압으로 비난받는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함메도프(54)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 국민의 가난한 삶을 외면하고 부정축재를 한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69) 적도 기니 대통령도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FP는 지적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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