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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꼼수 넘어라’ 전북에 거는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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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이동국

프로축구 전북이 5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알사드(카타르)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한다. 전북의 어깨가 무겁다. 한판 승부에 구단과 K-리그의 명예, 한국을 넘어 동북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이 걸려 있다.

 전북은 2007년 K-리그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뒤 ‘2010 프로젝트’를 세웠다. 성적과 팬, 시설 등 모든 면에서 K-리그 명문으로 도약한다는 야심 찬 목표를 제시했다. 2010년까지 K-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하고 홈 평균 관중 1만5000명을 돌파한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숙원 사업인 클럽하우스 건설도 2010 프로젝트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전북은 적극적인 트레이드를 통해 이동국·김상식·박원재·이승현·김동찬·정성훈 등을 보강했다. 최강희 감독의 지도 아래 예상보다 빠른 2009년 K-리그 정상에 섰다. 화끈한 공격 축구가 입소문을 타면서 2006년 5866명이었던 평균 관중은 올 시즌 1만5082명으로 늘었다. 클럽하우스는 현재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 건설 중이다. 돔 구장까지 갖춘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내년 5월 완공된다. 아시아 최고의 클럽을 가리는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면 전북이 4년간 공들인 2010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셈이다. 이는 전북이 포항·수원에 버금가는 명문 반열에 올랐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철근 전북 단장은 “모기업인 현대자동차는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후원사로 활동할 정도로 축구에 관심이 많다. 당연히 전북은 K-리그를 리드하는 명문 구단이 돼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전북이 알사드를 누르면 2010 프로젝트에 화룡점정이 된다. 그러나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 같다. 홈 경기라는 점을 제외하고 모든 면에서 불리해 보인다.

 AFC는 노골적으로 알사드를 밀고 있다. AFC는 지난달 19일 열린 수원과 알사드의 경기에서 나온 그라운드 난투극에 대한 추가 징계 결과를 1일 발표했다. 알사드의 수하일 골키퍼 코치와 수원의 고종수 코치, 스테보가 나란히 여섯 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놀랍게도 관중을 폭행한 알사드의 압둘 카데르 케이타(30·코트디부아르)는 추가 징계를 받지 않았다. 선수가 관중을 폭행한 경우 중징계를 받는 것이 축구계의 상식이다. AFC는 “이번 결정은 난투극에 관한 것이다. 관중 난입 부분은 24일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케이타가 전북과의 결승전에 뛸 수 있도록 배려한 듯한 모양새다.

 AFC는 2002년 카타르 출신의 무함마드 빈 함맘(62)이 회장으로 취임한 뒤 중동세가 장악했다. 함맘은 지난 7월 부패 혐의로 퇴출됐지만 AFC에서 중동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한국은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올 초 FIFA 부회장 5선에 실패하면서 AFC에서 발언권이 사라졌다. 한국으로서는 AFC의 꼼수를 견제할 힘이 없는 게 현실이다.

 2006년 전북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한국과 일본 클럽이 AFC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한 점도 중동의 견제심리를 자극했다. 2022년 월드컵 개최권을 따낸 카타르의 축구 열기를 높이기 위해 AFC가 알사드의 우승을 바란다는 미확인 정보도 있다.

 따라서 이번 결승전은 단순한 경기일 수 없다. 전북은 알사드를 넘어 신흥 명문의 입지를 굳히는 한편 아시아 축구의 헤게모니 싸움에서 동북아시아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 페어 플레이(Fair Play)를 앞세운 승리 외에 전북의 선택은 없다.

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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