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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40평 아파트 한 채 값 날리며 … 4년간 문화재 700곳 항공사진 촬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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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김치연 상명대 산학협력단 교수가 독도에 비행선을 띄우고 항공 촬영하는 모습이다.

새의 눈으로 내려다본 우리 문화재는 어떤 모습일까. 상명대 산학협력단 김치연(53·조경학·사진) 교수는 그런 궁금증에 빠져 2008년부터 항공촬영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촬영한 문화재만 700여 곳. 그 중 호남 지역의 문화재를 묶어 『한국의 숨결』 1~3권을 출간했다. 전주 경기전, 익산 미륵사지, 김제 벽골제 등을 하늘에서 찍고 그 설명도 새롭게 쓴 방대한 백과사전이다.

 “학생들에게 정원 문화사를 강의하는데 어렵게들 생각하길래 쉽게 보여주려고 항공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자주 찾던 순천 선암사에 성보박물관을 짓는 걸 보곤 이러다 언젠간 고찰의 모양이 바뀌겠다 싶어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죠.”

 항공촬영은 쉽지 않다. 특수 제작한 7m짜리 비행선에 카메라 및 조종장치를 달고 헬륨가스를 넣어 하늘에 띄운다. 조작 실수로 비행선을 서해 바다에 날려버린 일도 있었다. 한번 주입할 때마다 40만원씩 드는 헬륨가스 비용을 아끼려고 아예 4.5t 트럭을 개조한 8.2m 탑차를 직접 몬다. 그는 “서울 강남 40평 아파트 한 채 값은 날렸다”고 말했다. 독도를 촬영할 때 1500만원 중 800만원을 문화재청에서 지원받은 게 전부다. 나머지는 온전히 사비를 들였다. 관련 논문만 1300여 편을 읽었다.

 “당초 사진에 문화재청과 지자체의 설명을 붙이려 했어요. 그런데 기록이 너무 많이 틀리더군요. 가령 부여 사비성의 누각이 ‘사자루’인데, 그걸 ‘사비루’라고 해놨더군요. 지금은 고쳐놨지만 시작할 당시만 해도 잘못된 기록이 허다했습니다. 난관도 많았습니다. 불법 건축물은 지워달라는 스님도 계셨고, 지자체 공무원이 촬영을 방해하기도 했고요. 옛 지도와 비교해보니 잘못 복원해 놓은 곳이 수두룩했거든요.”

 제주도·독도는 촬영을 마쳤고 충청권은 90%, 강원·경기권은 50%가량 촬영했다. 서울은 청와대 때문에 항공 촬영이 제한되는 5대궁이 남아있다. 책은 지역별로 나눠 내후년까지 총 15권으로 낼 예정이다. 핵심만 모은 영문판도 준비하고 있다.

 “누가 책을 사보겠냐고, 다들 미쳤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지형이 더 바뀌기 전에 찍어놓으면 언젠간 중요한 자료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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