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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떠나는 한전 “착잡” … 신사옥 들어설 나주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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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전 직원과 가족들이 내려오면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겁니다. 정말 기대됩니다.”(전남 나주시 장인숙씨)

 “맞벌이라 천상 혼자 가야 할 형편이에요. 기약도 없이 가족과 떨어져 살 생각을 하면 답답할 뿐입니다.”(한국전력공사 본사 한 중견간부)

 나주 광주·전남 혁신도시에서 한전 신사옥 착공식이 열린 2일 나주 주민들과 한전 본사 직원들의 심정은 이렇게 엇갈렸다. 술렁인 건 한전뿐만이 아니었다. 한 공기업 직원은 "다음은 우리 차례일 테니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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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해 매출 39조원의 ‘매머드’급 공기업인 한전의 나주 신사옥 착공은 공공기관 이전이 본격화됐다는 ‘신호탄’이다. 혁신도시 조성과 공공기관 이전은 참여정부의 ‘지역균형발전정책’의 대표적 사업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세종시 수정론’과 맞물려 각종 논란을 일으키며 더디게 진행돼 왔다. 이날 행사도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했던 광주·전남 혁신도시 기공식 이후 4년 만에 열렸다.

 정부는 한전 사옥 착공을 계기로 공공기관 이전을 서두르겠다는 입장이다. 착공식에 참석한 김황식 총리는 이날 치사에서 “한전을 비롯한 15개 공공기관이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에 들어가면 이 지역은 8조5000억원의 생산 유발효과 등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누리게 된다”며 “정부는 올해 말까지 80개 공공기관의 청사 착공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나주에 1853억원을 들여 31층 규모의 최첨단 사옥을 지을 예정이다. 완공은 2014년 8월로 예정돼 있다. 한전뿐 아니라 전력거래소·한전KDN·한전KPS 등 전력 관련 기업과 농어촌공사·방송통신전파진흥원·콘텐츠진흥원 등 15개 기관이 나주로 들어간다. 이들 기관을 중심으로 광주·전남 공동 혁신도시는 732만7000㎡ 규모에 인구 5만 명의 자족형 거점 도시로 건설될 예정이다. 김중겸 사장은 “광주·전남이 에너지 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석 나주시혁신도시지원단장은 “그동안 한전 눈치만 보던 다른 기관들의 이전이 본격화되면 건설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 지역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용대 나주시 세무과장은 “이전 기관에 대한 세금 감면 등으로 인해 당장 세수가 크게 늘지는 않겠지만 이전 기관 직원들의 취득세·재산세 등의 세수 증가 효과는 크다”며 “이전 기관 직원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교육 및 복지 부문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10개 혁신도시 등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은 모두 147개다. 이 중 10월 말 현재 이전 지역에 사옥을 짓기 시작한 곳은 한국도로공사(김천) 등 25곳, 이미 준공한 곳은 9곳이다. 국토해양부 공공기관 지방이전추진단 관계자는 “청사를 빌려 쓰기로 한 27개 기관 외에 나머지는 내년 상반기까지 청사 착공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혁신도시의 부지 조성은 71.8%, 진입도로 건설은 62.4%, 상수도 건설은 70%가 진행된 상태다.

조민근·최경호 기자

◆혁신도시=지역의 성장 거점 지역에 만들어지는 미래형 도시다. 옮겨 가는 공공기관과 기업·대학·연구소·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지식기반 사회를 이끌어가는 첨단 도시로 꾸며진다. 교육·문화 인프라를 갖춘 쾌적한 친환경 도시의 개념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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