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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벨트 맨 채 … 추락 아시아나 조종사 시신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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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30일 오후 바지선에 실려 제주항 신항으로 옮겨진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의 조종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잔해 속에서 최상기 기장과 이정웅 부기장의 시신이 사고 3개월 만에 발견됐다. 조종사의 시신은 제주대학병원에 안치됐다. [연합뉴스]

7월 28일 제주 해상에서 추락한 아시아나항공 화물기를 몰던 최상기(52) 기장과 이정웅(43) 부기장의 시신이 사고 발생 3개월 만인 30일 발견됐다. 시신은 제주 차귀도 서쪽 104㎞ 해상에서 인양된 조종석 잔해 속에서 나왔다. 하지만 국토해양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블랙박스 수색작업은 31일자로 잠정 중단하고 내년 봄 수색을 재개할 예정이어서 사고 원인 규명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사고조사위 문길주 사무국장은 이날 “동절기에는 해상의 기상이 나빠 수색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31일까지만 수색작업을 한 뒤 내년 3~4월에 재개할 계획이었다”며 “수색 중단 종료(31일) 하루를 앞두고 극적으로 조종석 잔해에서 두 사람의 시신을 찾았다”고 밝혔다. 조종석 잔해는 특수 그물을 이용해 바닥을 훑는 방식으로 동체 잔해와 블랙박스 수색작업을 하던 민간업체 KT서브마린이 29일 오전 11시쯤 수심 80m에서 발견해 인양했다. 시신은 제주해양경찰이 30일 오전 조종석 잔해를 수색하던 중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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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조사위와 제주해경에 따르면 최 기장과 이 부기장의 시신은 오랜 시간 바다에 잠겨 있으면서 심하게 훼손돼 있었지만 모두 조종복을 입고 있어서 명찰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종석 부분(가로 7m, 세로 5m) 잔해도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사고조사위 관계자는 “ 두 사람은 운항할 때와 같이 안전벨트를 한 채 좌석에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시신은 제주대학병원에 안치됐다.

 사고 화물기는 7월 28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중국 상하이로 향하다가 기체에 화재가 발생해 제주 방향으로 긴급 회항하던 중 추락했다.

 시신이 발견되면서 보험금 지급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조사를 하려고 했으나 조종사가 실종된 데다 기체마저 인양하지 못해 진척이 없었다.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본인 사망 여부를 확인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사고 1년 후에나 실종자가 사망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0월 중순 인양된 조종석을 떠받치고 있던 동체 앞 부분. [연합뉴스]

 특히 최 기장은 사고 직후 30억원대 보험 가입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2억원 가까운 연봉을 받는 조종사가 2000억원에 이르는 항공기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고의 추락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돼 논란은 커져만 갔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유족과 상의해 우선 장례를 치르고, 장례식 이후 보상 문제도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유족에게는 아시아나항공이 사고에 대비해 들어놓은 보험료와 산업재해에 따른 보상, 회사 측이 지급하는 위로금 등이 지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신이 발견됐지만 사고 원인을 밝혀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고 원인 규명의 단서를 제공할 블랙박스 실체가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사고조사위는 블랙박스가 붙어 있는 동체 꼬리 부분을 인양했지만 사고 당시 충격으로 블랙박스가 떨어져 나가 따로 수색을 진행해 왔다. 블랙박스 없이 사고 원인을 규명하려면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일어난 화물을 싣고 있는 동체 부분 인양이 완료돼야 한다. 현재 사고 화물기의 잔해 중 인양된 부분은 20%에 불과하다. 사고조사위 문 사무국장은 “수거한 1000여 점의 잔해를 갖고 전문가들이 분석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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