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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아토피 치유단지 1년 만에 “원점 재검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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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대구시가 추진 중인 친환경 아토피 피부염 치유시설 건립사업이 주춤거리고 있다. 시가 전문분야의 사업에 뛰어들 경우 적자 발생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6월 시장 선거 때 김범일 대구시장이 공약으로 내세운 사업이다.

 대구시는 시 외곽의 산 속에 ‘아토피 힐링(healing·치유) 에코단지’를 건립하기로 하고 최근까지 후보지를 물색해 왔다. 시는 이곳에 최소 1만6500㎡를 확보해 연면적 3300㎡의 에코단지를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에코단지에는 약초 성분을 탄 물로 몸을 씻는 수(水) 치료 시설과 통나무 집 등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도움이 되는 시설이 설치된다. 환자들은 이곳에 입소해 아토피 피부염의 원인과 치유방법을 배울 수 있다. 또 당일이나 일주일 등 단기 프로그램에 참가해 식이요법과 삼림욕 등을 통해 증상을 완화하는 요법을 체험할 수 있다. 사업비는 100억원으로 국비와 시비를 절반씩 투입하기로 했다. 2012년에 착공해 2014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이에 따라 지난 6월 구·군을 상대로 에코단지 건립 후보지를 공모했다. 여기에는 동구와 달성군이 지원했다. 동구는 팔공산 수태골 인근 9만여㎡를 후보지로 선정했다. 달성군은 비슬산 용연사 인근 부지를 내세웠다. 시는 올해 말까지 후보지를 선정하고 설계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는 이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에코단지를 완공한 뒤 이용자가 적을 경우 운영비 부담이 만만찮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지방자치단체가 치료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따라 민간사업자를 찾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마땅한 사업자가 없을 경우 에코단지의 건립을 포기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의견은 엇갈린다. 전문분야인 아토피 피부염 치유시설을 지자체가 만들 경우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구시의회 양명모 건설환경위원장은 “처음부터 시설 건립에 반대했지만 시가 ‘메디시티’(의료도시) 만들기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며 추진했다”며 “자신이 없으면 지금이라도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반면 환자 가족들은 “시장이 면밀한 검토 없이 공약을 발표해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에게 헛된 희망만 심었다”며 비판했다.

 대구시 황종길 환경정책과장은 “민간에서 시설을 짓고 대구시는 일정 기간 운영비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예산 투자액을 줄이면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시설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아토피 피부염=가려움증과 피부 건조증 등을 동반하는 피부질환. 공해 등 환경오염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국민의 2%가량이 이 질환을 앓고 있다. 유치원·초교생 환자는 10%에 육박한다. 완치가 어려워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 삼림욕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환경이 좋은 곳에 어린이 환자를 위한 학교도 생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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