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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홍수 통제 불능” … 긴급 대피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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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동양의 베네치아’라 불리는 태국 수도 방콕의 홍수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는 “상류지역으로부터 많은 강물이 내려오고 있어 방콕 외곽의 홍수 방지벽이 견디지 못할 수도 있다”며 시민들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외국인은 물론 태국인들도 대거 방콕을 빠져나가고 있다. 남동부 지역으로 연결되는 고속도로는 피난민들로 인한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도 대피하려는 사람들로 큰 혼잡이 벌어지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돈므앙공항에 있는 홍수대책본부(FROC)도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수위가 계속 높아지면서 대책본부가 섬처럼 고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돈므앙공항은 활주로 일부만이 물에 잠겼지만 현재 수위가 계속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쁘라차 쁘롬녹 법무부 장관은 “다량의 물이 계속 방콕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홍수 사태가 이제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 정부는 현재 방콕 전역이 침수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돈므앙 북부지역에 ‘ㅅ’자 모양으로 설치한 홍수 방지벽을 따라 서부 지역과 동부지역의 물줄기가 시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북부지역의 돈므앙·싸이마이는 물론 서부 돈부리와 왕궁 등이 있는 구시가지 등에는 물이 들어차면서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방콕을 가로지르는 차오프라야강이 범람하는 경우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29일 오후 6시쯤 강의 수위가 2.65m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홍수 방지벽(2.5m) 위로 강물이 범람할 가능성이 크다. 물이 범람하고 제방이 붕괴된다면 대규모 인명 피해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홍수로 태국에서는 이미 370명 이상이 사망했다. 한편 방콕 북부지역에서는 홍수로 인해 100여 마리 악어가 사육장을 탈출해 인근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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