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사위·처남이 전·현직 검사 … 사돈 사기쳐 300억 챙긴 60대 6년형

중앙일보

입력 2011.10.28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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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현직 검사의 아버지가 사기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최재형)는 27일 동서지간인 사업가 A씨에게 원자재를 싸게 공급하겠다고 속여 300억여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기소된 김모(64)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1심에서는 징역 7년을 선고했지만 김씨의 건강 등을 이유로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지난해 2월 기소 당시 김씨의 아들과 사위, 처남까지 현직 검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사 가족 분쟁’으로 관심을 모았다.

 김씨는 2004년 알루미늄 제품 업체를 운영하는 동서 A씨에게 “런던금속거래소(LME) 회원사를 통해 알루미늄 원자재를 국제 시세보다 t당 200달러 싼 가격에 공급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김씨는 한국영업소 대표로 있는 미국 회사가 LME 회원사와 거래 관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A씨가 선뜻 믿지 못하자 김씨는 “일단 거래를 해보라”고 권유했다. 6개월 동안 700t가량을 할인된 가격에 구입한 뒤 A씨는 정식 계약을 맺었다.

 A씨는 김씨의 말대로 LME에 예치할 보증금 명목으로 60억여원을 김씨에게 건네기도 했다. 계약이 종료되고 나면 전액 돌려받을 수 있다는 말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김씨의 회사와 거래 관계에 있던 LME 회원사가 부도가 났다. 김씨는 다른 회사를 통해 정상 가격으로 알루미늄을 구입한 뒤 A씨에게는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했다. 공급 차액은 외환선물거래를 통해 보전하려고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2007년 10월에는 알루미늄 공급이 끊어지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미 A씨가 김씨에게 선급금 명목으로 155억원을 더 준 상태였다. 제품을 제대로 생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A씨는 김씨에게 LME에 돌려받을 보증금이 예치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 돈을 자신이 챙겼던 김씨는 위조문서로 A씨를 속였다. 결국 사기 사실이 드러났을 때 A씨의 회사가 본 피해액은 300억원대로 2007년 당기순이익의 7배가 넘었다.

 재판부는 “A씨가 자금경색으로 심각한 경영위기에 처했고 아직도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다”며 “김씨가 위조문서로 속이기까지 해 엄중히 처벌함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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