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는 떠났고, 곧 대중 속에서 부활했다. 서점엔 그를 기리는 출판물이 넘쳐난다. 생전에 가까이서 잡스를 지켜본 이들은 더 바빠졌다. 잡스의 버릇, 말실수 하나까지 더 알고 싶어 하는 대중 덕분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바쁜 이가 제이 엘리엇(69·사진) 전 애플 수석 부사장이다. 1980년 애플에 합류해 20여 년간 일했다. 잡스의 리더십을 분석해 『아이리더십』이란 책을 내기도 했다. 그가 다음 달 9, 10일 열리는 테크플러스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다. 방한 전 중앙일보와 e-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꿈을 이루고 싶다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마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많은 이가 ‘잡스 없는 애플’을 걱정하고 있다. 그가 없이도 애플이 혁신을 지속할 수 있을까.
“애플은 항상 2, 3년 뒤의 제품 로드맵을 보유하고 있다. 3년간은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3~5년 후 어떤 혁신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애플과 삼성이 세계 곳곳에서 특허 소송을 하고 있다. 삼성을 애플과 비교해 설명한다면.
“애플의 제품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한 완전한 제품이다. 거기에 자신만의 소매 경로로 제품을 팔 수 있는 브랜드 체계까지 구축했다. 하드웨어만을 생산하는 기술 기반의 회사들은 애플과 경쟁할 수 없다고 본다.”
-당신은 스티브 잡스의 혁신 기반을 ‘촉각’ 또는 ‘촉수’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그런 촉수는 타고나는 것인가. 훈련을 통해 길러질 수도 있나.
“스티브 잡스는 불교 공부와 디자인에 대한 관심 덕분에 그런 촉각을 얻은 것 같다. 디자인이 영감으로부터 온다고 강조하곤 했다. 그에게는 자연이 가장 좋은 디자인 교과서였다. 항상 달걀을 보고 ‘가장 완벽한 제품’이라고 말하곤 했다.”
-지금의 미국 교육 제도에서 잡스 같은 천재가 또 나올 수 있을까.
“당연히 천재는 나올 수 있겠지만 학교 수업이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선생님과 학생들이 ‘이 제품엔 무슨 결함이 있을까’를 찾아내는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교실을 넘어서서 배워야 한다.”
-잡스는 생전에 “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Stay Hungry, Stay Foolish)”라고 젊은이들에게 조언했지만 한국의 젊은이들은 취업난 앞에서 무력하다. 안정적 직장을 잡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조언해준다면.
“미래를 바꿀 만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계속 정보를 찾고 비전을 살려나가야 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대중을 상대로 강연하는 것은 처음인데, 방한을 결정한 이유는.
“한국 기업은 매우 혁신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늘 깨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번 포럼에서 특히 기술을 어떻게 사용 가능한 제품으로 바꾸는지, 그 방법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그것이 잡스의 성공 비밀이 다.”
임미진 기자
◆테크플러스(Tech+) 포럼=첨단기술과 예술·아이디어가 만나는 신개념 지식 콘서트다. 올해 포럼의 슬로건은 ‘기술과 나’. 미국의 세계적 지식축제인 ‘테드(TED) 콘퍼런스’처럼 창의적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자리다. 올해는 11월 9, 10일 서울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