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과잉서 실용주의로 가야"

중앙일보

입력 2005.03.18 18:25

업데이트 2006.03.23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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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참여정부가 '이념의 과잉'에서 '민주적 실용주의'로 노선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대 사회과학대가 18일 이 대학 문화관 강당에서 '한국사회, 어디로 가는가'란 주제로 개최한 사회대 설립 3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선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송호근(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제 발표에서 "현 집권세력과 진보적 시민단체 사이엔 이념적 친화성이 높다"면서 "이 때문에 거대 시민단체들이 정책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유유상종적인 참여'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노무현 정권 2년간 '참여'가 강조됐지만 정작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없었다"며 "정책과정에서 소외된 집단들이 반발해 사회의 이념적 대립이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참여정부는 탄핵.수도이전.4대 개혁법 등의 논란을 거치면서 그동안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을 묶고 있던 자유주의적 연대를 와해시켰다고 그는 설명했다.

송 교수는 "한국 미래에 대한 비관론은 진보정치가 보여준 이념의 과잉 때문"이라며 "현재의 진보는 성장주의와 권위주의에 반발한 느슨한 집합체에 불과할 뿐 정책이 빈곤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진보의 지향이 명확해지려면 참여정부는 민주적 실용주의로 거듭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조 강연에 나온 조순 전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한강의 기적이 한강의 위기로 돌변했다"고 개탄한 뒤 "현 정권은 변화와 개혁 등 화려한 구호를 내걸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에 따라 앞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일 관계와 관련, 조 명예교수는 "일본은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일본을 잘 모르고 있는 것이 한.일 관계의 반복되는 특징"이라며 "일본은 독도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동춘(성공회대 사회학) 교수도 "노무현 정권이 내세운 참여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박찬욱(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참여의 의미가 왜곡되기 쉽고 (일부 시민단체가) 집권당의 외곽조직화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정운찬 서울대 총장과 박삼옥 사회대 학장,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 등 학내외 인사 200여 명이 참석했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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