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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 모셔와 토론·연구 … 스스로 공부하는 법 찾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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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고 학생들이 과학 실험(왼쪽)과 방송 제작을 하고 있다. 내년부턴 학교 자체적으로 e-러닝 강좌도 만들어 교육에 활용할 계획이다. [하늘고 제공]

석학교수·명사 특강 등 대학 수준 교양 교육

올해 문을 연 하늘고가 고교-대학 연계 특성화 프로그램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칼리지 코스’로 이름 붙인 이 프로그램은 대학 교수들의 지도 아래 인문·자연 계열별, 주제별로 대학 수준의 교양 수업을 듣거나 연구·논문을 쓰는 과정이다. 주말에는 교양 강의가, 방학 땐 논문 작성·발표가 이뤄진다.

올해 교양 강의에선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들이 인문학적·사회과학적으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법을 전하고 있다. 과제연구 과정에선 1학기엔 ‘통일교육’을, 2학기 땐 ‘인간과 환경’을 주제로 특강이 이어지고 있다. 대학·정부부처·시민단체·연구소의 전·현직 전문가들이 나서 주제에 대한 다각적인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통일교육 교내 논문심사 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1학년 김채림양은 “전문가들의 식견을 듣고 스스로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서 주의 깊고 다각적으로 사안을 보는 태도를 기르게 됐다”고 말했다. 1학년 강성욱군도 “교과 수업만으론 익히기 어려운 생각하는 힘을 배웠다”며 “교과서를 볼 때 사건의 배경과 인과관계를 두루 살피는 눈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논문 작성·발표는 개인별 탐구 주제를 연구해 논문을 쓰는 R&E(Research & Education) 프로그램이다. 교과 지식을 활용해 스스로 실제 연구하면서 학문을 체득하는 교육이다. 이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과제연구로 기록돼 학생의 진학·진로에도 활용된다.

전공계열별로 특목고의 전문교과도 이수할 수 있다. 인문계는 외국어고·국제고의, 자연계는 과학고·과학영재고의 심화교과를 배우는 것이다. 모두 정규수업에서 이뤄진다. 여기에 분야별 명사들이 학교를 찾아와 인생 설계를 돕는 특강을 한다. 게다가 40여 개에 이르는 방과후 강좌가 운영되고, 상위권 대학생으로 구성된 멘토들이 학습경험을 전수하며 각종 경시대회, 인증시험, 자격증 준비에 필요한 학습을 도와준다.

이 같은 교육과정에 대해 심주석(진학상담부장) 교사는 “지식을 쌓는 데 그치지 않고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길러준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찾아 분석하고 발표하게 해 진정한 학문 탐구능력을 키워준다”고 덧붙였다.

특목고·자사고 특·장점 겸비한 교육 프로그램

하늘고의 이 같은 교육혁신 뒤엔 탄탄한 실력의 교사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 선두에선 ‘엘리트 교육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강석윤 교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강 교장은 자율형사립고(자율고) 출범 초창기 주자이자 포항제철고를 명문학교 반열에 올린 인물이다. 여기에 특목고 지도경험이 풍부하고 EBS(교육방송)와 강남구청인터넷수능방송에서 활약하는 석·박사 교사들이 포진해 있다. 최근엔 대학입시 전문가로 유명한 한영외고의 주석훈(서울 대학진학지도지원단 기획팀장) 교사가 교감으로 부임해 교육프로그램의 안정을 다지고 해외 유학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늘고는 태생부터 자율형 사립고다. 일반고나 특목고에서 자율고로 전환한 다른 학교와 다르다. 체제 전환·안착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와 여건조성 소요기간이 없어 처음부터 자율고 교육과정 운영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엔 재단의 든든한 지원도 버팀목이 된다. 하늘고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출연해 세운 학교다. 재단의 탄탄한 재정여건이 뒷받침돼 학비가 연간 280만원 정도다. 일반계고 세 배에 이르는 다른 자율고와 달리 두 배 수준이다.

장학금 혜택도 풍부하다. 신입생 중 성적우수자에게 입학금, 3년치 수업료, 기숙사비 전액을 지원한다. 재학 중에도 성적 향상 여부에 따라 장학금을 제공해 학습동기를 북돋는다. 졸업생도 받는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을 망설이거나 후배를 위한 학습지도 봉사를 하는 대학생들에게도 1인당 300만원의 특별장학금을 지급한다.

강 교장은 “24시간 교사와의 질의응답, 정규수업-방과후학교-자기주도학습으로 이어지는 공교육 강화로 교육수요 만족도가 높다”며 “특목고·자사고의 특·장점을 겸비한 특성화 교육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늘고는 11월 1일부터 4일까지 2012학년도 신입생 선발 원서를 접수한다.

박정식 기자

[인터뷰] 인천 하늘고 강석윤 교장
다양한 전문가 강연 통해 세상 보는 눈 넓히는 교육합니다

강석윤
인천 하늘고 교장

“변화하는 사회에서 능동적으로 창의력을 발휘하는 인재를 키웁니다.”

 19일 만난 인천 하늘고 강석윤(57·사진) 교장은 잠재력을 깨우는 창의성 교육을 강조했다. 하늘고 초대 수장이 된 그는 경북 포항제철고를 명문으로 만든 수월성 교육의 대표주자다.

-대학 수준 교양과정, 교수와 과제연구·논문 발표 등 교과 외 특성화 프로그램이 많은데요.

“주입식·암기식·문제풀이식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적 학습능력을 기르기 위해서입니다. 창의성을 자극하려면 교육방식도 창의적으로 바뀌어야죠. 교과서에 매몰된 학습에서 벗어나 교사와 같이 연구·토론하고, 논문도 발표하는 겁니다. 변화하는 대학입시와 대학·사회의 요구에 부흥하기 위한 차별화된 시도입니다.”

-수월성 교육을 이수하려면 학생들의 학업 부담이 만만치 않겠습니다.

“기존 교육이 우수 학생을 더욱 우수하게 기르는 거라면 미래엔 잠재적 기질을 키워주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에 따라 수월성 교육도 능력을 계발하는 교육이 요구됩니다. 영국 명문학교인 이튼 스쿨이 교육과정을 대학 수준으로 혁신하면서 이튼 칼리지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우리 학교 교육과정이 아카데미 성격을 띠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학교가 지향하는 창의성 교육이란 어떤 겁니까.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을 혁신하는 겁니다. 보다 발전된 형태를 이뤄가는 거죠. 이를 위해 서로 다른 여러 각도에서 대상을 다양하게 다뤄보는 교육을 합니다. 그러려면 다른 생각들이 서로 부딪쳐야겠죠. 그래서 아웃소싱(outsourcing·효율 극대화를 위해 업무 일부를 외부 전문가에 맡겨 관리·운영하는 방식)을 적용하는 겁니다. 학생들이 대학 교수들과 프로젝트 연구도 해보고, 외부 전문가들의 강연도 듣고 하는 거죠.”

-이를 통해서 학생들이 배우게 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생각의 폭과 관점이 달라집니다. 지난번엔 서울대 교수가 와서 수학사를 강의했어요. 수학이 어떻게 변화해 왔고 생활 속에 어떻게 관련돼 있는지 등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처럼 수학에 대해 기존 교육이 계산적 능력만 가르쳤다면 우리 학교는 철학적·인문학적 시각도 가르치는 거죠. 이를 경험한 학생들은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스스로 독서하고 탐구하게 되는 겁니다.”

-교육 수요자와 함께하는 것도 중요할 텐데요.

“이 같은 교육목표를 교사들과 공유하고 학생·학부모와 소통합니다. 이를 반영해 고교 교육의 다양화·특성화·차별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죠. 지난해 일부 자사고가 신입생 미달 사태를 겪은 것이 그 예입니다.”  

글=박정식 기자, 사진=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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