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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ing] 목숨 걸고 게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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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

CAROLYN SUN
지난 7월 말 21세의 한 온라인 게임 중독자가 인천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가족들에 따르면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자기 방에서 거의 나오지도 잠을 자지도 않고 게임에 푹 빠져 지냈다고 한다. 사망 두 달 전 호흡곤란을 호소하기 시작했지만 병원을 찾아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청소년 중 10% 이상이 인터넷 중독에 빠져

In Late July, a 21-year-old online-gaming addict was found dead in his home in Inchon, South Korea. He’d played intensely since graduating from high school, rarely sleeping or leaving his room, according to family members. Two months prior to his death, he’d begun complaining of difficulty breathing but had refused to seek medical attention.

한국인들을 질겁하게 만든 충격적인 게임중독 사망사고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2005년에는 28세의 남성이 50시간 연속 게임을 한 뒤 장기 부전으로 쓰러져 숨졌다. 온라인 게임 습관 때문에 그 직전에 일자리를 잃은 듯했다. 세상을 가장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은 2009년에 일어났다(The most high-profile case happened in 2009). 수원의 한 부부가 가상의 아기를 돌보는 게임에 정신이 팔려 자신들의 진짜 아기를 굶겨 죽인 일이었다. 부부는 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돼 2년 형을 선고받았다(부인은 임신 중이라는 이유로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

정부 당국은 이런 치명적인 사고의 배경에 훨씬 더 큰 국가적인 문제, 즉 게임 중독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1년 사이 한국정보화진흥원과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대규모 설문조사 결과 한국의 청소년 열 명 중 한 명 이상이 인터넷 중독 고위험군에 속해 있으며 20명 중 한 명이 이미 심각한 중독 상태다.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오는 11월부터 청소년 온라인 게임 셧다운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신데렐라 법으로도 불리는 이 제도는 자정부터 새벽 여섯 시까지 PC 또는 휴대형 기기로든 PC방에서든 미성년자들의 온라인 게임을 금지하는 법이다. 정부가 심야 온라인 게임을 어떻게 단속할지는 논란의 대상이다(Just how the government will enforce the law is a subject of debate). 한가지 가능성은 게임 계정을 개설할 때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도록 해서 미성년자들의 이용을 제한하는 방법이다. 중국에서 이미 실시되는 방법이지만 중국 청소년들은 성인의 주민번호를 도용한다. 그리고 한국의 게임 중독자들도 같은 방법을 동원하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서울 서강대 부근의 PC방에서 일하는 전정환씨는 매주 그런 게임 중독자들을 목격한다(Jeon Jung-hwan sees hard-core gamers every week at his job at a PC bang in Seoul’s Sogang University district). PC방은 보통 20대가량의 컴퓨터, 커피와 음료수를 판매하는 자동판매기, 즉석라면으로 가득한 스낵바를 갖춘 하나의 널따란 방에 담배연기가 자욱하다.

손님들은 컴퓨터 앞에 나란히 앉아 헤일로, 스타크래프트, 테라 같은 실감나는 유혈이 낭자한 아바타 게임에 몇 시간씩 몰두한다. 한번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인기 있는 게임으로 손꼽히는 스타크래프트를 쉬지 않고 85시간 동안 한 손님도 있었다고 전씨는 말한다. “3일째 되던 날 돈이 떨어지자 자신의 휴대전화를 담보로 맡겼다. 그 뒤로는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전씨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세계에서 가장 고속통신망이 잘 갖춰진 한국에서는 흔한 일이 돼버렸다. 학생들은 극도의 학업 스트레스를 받는다. 방과후에 참가할 만한 활동이 거의 없다. 따라서 보통 학생이 능력을 과시하거나 도피할 만한 곳이 온라인 게임 외에는 별로 없다(Online gaming is one of the few places where the average student can excel or escape). 그리고 게임 세계에서 수퍼스타가 탄생했다.

정명훈이나 임요환 같은 선수들은 프로 스타크래프트 리그(한국의 10대 게임 리그 중 하나) 경기에 참가해 1년에 40만 달러 가까운 소득을 올린다. 한국의 2개 주요 TV 채널에서 그들의 경기 모습을 방송하며 수백만 명의 팬이 지켜본다. 이 게임 리그는 SK텔레콤과 삼성 같은 대기업의 후원을 받는다. 이 대회의 인기는 게임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월드 사이버 게임스를 낳았다. 올해 부산에서 개최되는 이 게임에서 한국은 지난 3년 연속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5000만 명에 가까운 인구 중 절반 이상이 온라인 게임을 하는 한국에서 게임산업은 달러 박스가 됐다(In a nation where more than half of the nearly 50 million people play online games, the industry has become a cash cow).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2008년 온라인 게임 산업의 수출액은 11억 달러에 달했다.

1998년 첫 출시된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은 세계적으로 1100만 개나 팔려나갔다(한국에서만 450만 개). 물론 그렇게 규모가 큰 산업을 규제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정부의 의지는 강하다. 2002년 최초의 인터넷 중독 치료센터를 개설했다. 서울에 본사를 둔 엔씨소프트 같은 게임 업체들도 사설 상담센터와 핫라인에 자금을 지원한다. 지금까지 수백 개 병원과 클리닉에 정부의 보조를 받는 게임중독 치료 프로그램이 설치됐다.

2011년 서울에서 120km 떨어진 국립 공주병원에 문을 연 인터넷 중독 클리닉(Save Brain Clinic)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의 책임자인 이재원 박사에 따르면 청소년 게이머들은 다양한 중독행동을 나타낸다. “어떤 부류는 대인관계를 기피한다. 그래서 온라인 게임 이용자들과 대화한다. 다른 사람보다 더 큰 힘을 갖는 전지전능한 느낌을 추구하는 부류도 있다.” 다중 이용자 롤플레잉 게임이나 일인칭 시점의 슈팅 게임 등 가장 중독성이 강하다고 간주되는 특정 유형의 온라인 게임들이 있다.

이런 게임들이 한 정신과의사의 말마따나 이미 ‘사회성이 떨어지는 외톨이’ 청소년들을 끌어들이든 아니면 게임으로 인해 그런 성향이 짙어지든 결과는 마찬가지다. “중독자들은 게임을 하지 않을 때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가 대단히 어렵다(It’s very hard for [addicts] to be with other people when they’re offline).” 이 클리닉은 약품, 요법, 그리고 극단적인 경우 전두피질의 자기자극으로 환자를 치료한다. 전두피질은 코카인 중독과 상당히 유사하게 게임 중독 시 크게 활성화된다.

한국 청소년상담원의 배주미 인터넷 중독 대응 TF 팀장은 온라인 게임 셧다운제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정부의 개입 노력에 고마워하는 부모가 많다고 말했다. 성인들은 늦게까지 밖에서 일하며 자녀의 인터넷 또는 온라인 게임 행동의 통제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일부 청소년 게이머 자신들도 고마워할지 모른다.

“5년 전 언젠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하루에 다섯 시간씩 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불현듯 이런 식으로 살아선 정말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Then I thought, that kind of life isn’t really good for me). 그래서 게임을 끊었다.” 서울의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는 김경민씨의 말이다.

[필자는 뉴욕타임스와 O 매거진에 기고해 왔으며 첫 논픽션 작품을 집필 중이다.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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