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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한국인들 우리 집서 오해 풀고 가면 좋겠어요”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41호 16면

1호선 동대문역 3번 출구를 나와 그린약국 에서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에베레스트산이 그려진 파란색 간판이 눈에 띈다. 창신동 네팔거리의 대표적 레스토랑 ‘에베레스트’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서니 빨간 바탕의 삼각형이 아래위로 붙은 네팔 국기를 비롯한 각종 네팔 전통 장식들이 눈에 들어왔다. TV엔 인도와 네팔의 뮤직비디오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창신동 네팔 거리 ‘에베레스트’

입구 쪽엔 한국인 등반가 박영석씨와 허영호씨의 사진이 걸려 있다.이곳 주인 하카만 구릉(36·사진)은 취재진에게 ‘찌야’를 내왔다. 네팔 전통 밀크티다.그는 한국어로 “네팔에선 손님이 오면 항상 찌야를 내놓는다”고 말했다.구릉은 네팔에서 무역업을 했다. 높은 산이 많은 지역이라 등산 장비와 등산복을 주로 취급했다. 그러던 중 한국 산악인들을 만났다. 박영석·허영호씨와는 호형호제하는 사이란다. 그렇게 한국을 알아가면서 한국의 묘한 매력에 빠졌단다. 한국 음식이 입맛에도 맞고, 문화도 비슷하게 느꼈다고 한다.

2000년 그는 한국에서 무역업을 하기로 결심하고 서울로 왔다. 신발과 옷, 등산장비를 많이 파는 동대문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한국에 온 지 1년이 지날 즈음, 그는 무료해 하는 아내를 위해 음식점을 차렸다. 그게 에베레스트다. 처음엔 네팔 노동자들이 많이 찾을 줄 알았는데 손님의 90% 이상이 한국인이었다. 평일엔 하루 80~90명 수준이지만,주말엔 300명 이상 찾아왔다. 그는 “지금도 토·일요일엔 30분 이상 기다려야 자리에 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네팔 레스토랑이 히트를 하니 주변에 하나 둘 네팔인들이 모여들고, 네팔 식당들이 생겨났다. 창신동에 네팔거리가 생겨난 이유다.

구릉은 음식점 주인이라기보다 네팔 홍보대사를 자처한다. 그는 “네팔과 한국문화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며 “한국을 오해하는 네팔 노동자와 네팔인에게 실망한 한국 여행자들이 이곳에서 모두 오해를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식당일 외에 무역과 여행사·컨설팅업을 하고 있다.네팔은 지리적으로 인도와 티베트 사이에 위치하기 때문에 음식이 인도·티베트 모두를 닮았다. 네팔 남쪽 음식은 인도 카레와 크게 다르지 않다. 네팔 북쪽 음식에는 티베트에서 먹는 뗌뚝(수제비)과 뚝바(칼국수)가 있다. 달(묽은 카레)과 밧(밥), 아짜르 소스(토마토와 고추를 넣은 소스), 라씨(요구르트 음료)는 네팔 전 지역에서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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