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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떠나요, 경기도 하루 여행 ⑩ 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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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원화성의 서북공심돈(왼쪽)과 서쪽 대문 화서문(오른쪽)이 달빛 아래 형형하게 빛을 발한다. 보물 제403호로 지정된 화서문은 팔달문과 같이 성문 앞에 반원형의 옹성이 쳐져 있다.

청명한 바람이 가슴속까지 파고드는 10월이다.

‘가족과 떠나요, 경기도 하루 여행’은 10월을 맞아 가을의 향취를 흠뻑 느끼며 역사까지 돌아볼 수 있는 수원화성을 권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성곽의 풍광이 기가 막히다. 아울러 아이와 부모가 함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경기도 어린이박물관과 철도박물관도 들를 만하다.

글=나원정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 아스라한 야경에 취하다 - 수원화성

2 팔달산 승강장에서 연무대까지 왕복 운행하는 화성열차다. 3 수원천을 내려다보는 화홍문의 야경. 수원화성의 절경 중 하나로 꼽힌다. 4 경기도 어린이박물관의 ‘우리 몸은 어떻게?’ 갤러리에서 어린이들이 신체 원리를 흥미롭게 체험하고 있다.

수원 한복판에 가로누운 팔달산 남쪽 자락 끝, 반원형의 옹성에 둘러싸인 팔달문이 있다. 그 양쪽으로 빛이 바랜 석벽이 끝없이 펼쳐진다. 서쪽 산지와 동쪽의 구릉지대를 단단히 둘러싼 철벽 요새다. 이곳이 수원화성이다. 조선 22대 왕 정조가 즉위 18년부터 3년여에 걸쳐 쌓은 성이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 사도세자를 여읜 그는 아버지의 원혼을 위로하기 위해 유해를 경기도 양주에서 이곳 수원 남쪽 화산으로 옮겼다. 아예 수도까지 이곳으로 옮기고자 축성을 결심했다. 이 야무진 성곽은 기실 천도의 초석이었던 셈이다.

 실학자 유형원과 정약용의 과학적인 설계법을 따른 성곽답게, 외관이 군더더기 없이 우아하면서도 구석구석 치밀하다. 한국전쟁 중 상당 부분이 파손됐지만 1975년부터 보수·복원하며 제 모습을 되찾았다. 성곽을 에두르며 곳곳에 저마다 쓰임새와 개성을 갖춘 장대(군사지휘본부)며 공심돈(망루)·각루(감시·휴식시설) 등이 불쑥불쑥 솟아있다. 한국 건축사상 가장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성곽으로 칭송받으며 1997년 국내 여섯 번째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팔달문에서 가장 가까운 수원 화성행궁으로 향했다. 정조는 사도세자가 잠든 현륭원(지금의 융릉)을 참배하기 위해 재위 기간에도 자주 행궁을 찾아 묵었다. 그가 머물렀던 봉수당까지 들어가려면 관문 세 개를 지나야 한다. 세 번째 관문인 중앙문을 지나자 봉수당이 고풍스러운 위용을 드러냈다.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도 이곳에서 열었다. 평생 남편을 그리워한 어머니의 심중을 헤아렸기 때문이다. 혜경궁 홍씨와 정조는 결국 죽어서도 사도세자 곁에 묻혔다. 정조와 효의왕후를 합장한 건릉과 사도세자와 혜경궁홍씨를 합장한 융릉(031-222-0142)은 행궁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다.

 행궁 뒤편 오솔길을 따라 팔달산을 오르면 화성열차 승차장이 나온다. 여기서 출발하는 미니열차는 성곽을 따라 조선시대 군사가 무예를 수련했던 연무대까지 간다. 장안공원이나 화홍문에서 내리지 않으면 모두 30분 걸린다. 건축미가 빼어난 화서문과 정조가 사랑했다는 서북공심돈, 수원천과 아름답게 어우러진 화홍문 등을 안내방송을 들으며 편하게 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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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점인 연무대에 내리니 피융~ 탁, 화살이 과녁에 맞는 소리가 들려온다. 국궁 활쏘기 체험장에서는 2000원만 내면 화살 10발을 쏠 수 있다. 동쪽 성벽을 따라 팔달문 방향으로 20분쯤 걸으면 수원화성박물관(031-228-4205)이 나온다. 이름처럼 수원화성과 정조 시대 문화재를 알차게 보유했다. 성곽에 관한 자료와 유물을 살펴보니 문득 수원화성을 다시 걸어보고 싶어졌다. 걸어서 수원화성을 다 도는 데 2시간30분쯤 걸린다.

 오후 7시. 어스름이 내릴 무렵 작은 숲길을 지나 수원천 앞에 있는 동북각루에 올랐다. 바로 아래 인공호수 용연 표면에 어렴풋이 각루 그림자가 비쳤다. 시조 한 수는 거뜬히 나올 만한 절경이었다. 동북각루는 ‘꽃을 찾고 버드나무를 따라가는 정자’라는 뜻의 ‘방화수류정’이라고도 불린다. 풍류 가득한 작명에 다시 은근한 감상에 젖어들었다.

●이용 정보 서울에서 자동차로 가면,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동수원IC를 통과해 창룡문사거리를 거쳐 종로삼거리를 지나면 수원 화성행궁이 나온다. 수원화성 관람료 어른 1000원, 어린이 500원. 화성행궁은 어른 1500원, 어린이 700원. 화성열차는 미리 얘기하면 편도요금(어른 1500원, 어린이 700원)으로 왕복도 가능하다. 해설사와 함께 돌아보고 싶다면 수원화성운영재단에 문의하면 된다. 031-251-4435.

# 아이부터 어른까지 - 경기도 어린이박물관·철도박물관

철도박물관은 아이들에겐 즐거운 놀이터다. 단체 관람을 온 유치원생들이 야외 전시장을 신나게 쏘다니고 있다. 객차 안팎을 자유롭게 드나들고, 간식을 먹으며 잠시 쉬기도 한다.

수원화성 여행 일정에 맞춰 가깝게 다녀올 만한 곳 중에는 경기도 어린이박물관이 제격이다. 지난달 문을 연 이곳은 오전 10시부터 시간당 300명만 입장객을 받는다. 가장 한가한 시간도 최소 200명 이상이 찾아와 예약이 필수다. 입장료(3세 이상 4000원)가 부담 없고, 한번 입장하면 하루 종일 실컷 놀다 올 만큼 프로그램이 알차다.

 박물관에 있는 테마별 갤러리는 모두 9곳. 다문화가정 친구들의 방을 방문하는 컨셉트의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와 거대한 수로에서 물장난을 치며 수력발전과 댐 등의 원리를 익힐 수 있는 ‘한강과 물’ 갤러리가 가장 붐볐다. ‘우리 몸은 어떻게?’ 갤러리에서는 한 남자아이가 해골과 나란히 자전거를 타며, 뼈가 움직이는 모양을 신기한 듯이 관찰하고 있었다.

 부모가 어릴 적 추억을 곱씹을 수 있는 곳으로는 철도박물관이 있다. 초창기 증기기관차와 수도권 전동차(지하철), 고속열차(KTX) 등이 야외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가족과 함께 온 한 아이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대통령 전용 귀빈 객차를 기웃거렸다. 회의실과 침실·샤워실·식당 등이 완비된 이 객차는 어른이 보기에도 호화로웠다.

 2층 규모 본관에는 5000여 점의 철도 자료와 실물 장비가 그득하다. 입장료가 성인 500원으로 저렴해, 인근 왕송호수를 찾았다가 가볍게 들르는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다고 한다. 본관 야외에 마련된 레일바이크 이용료는 5000원(14세 이상 이용)이다. 철골터널과 동굴, 마법의 성을 지나며 철도박물관 부지를 한 바퀴 돈다.

●이용 정보 경기도 어린이박물관은 용인시 기흥구에 있지만 수원화성과 가깝다. 자동차로 20분 거리다. 홈페이지(www.gcmuseum.or.kr)에서 예약을 하는 게 좋다.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오후 8시, 주말은 오후 10시까지. 매월 둘째·넷째 월요일에 휴관한다. 031-270-8600. 의왕시 교통대학 인근에 있는 철도박물관은 철도회원카드 소지자의 경우 동반 1인까지 무료 입장할 수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2~4시에 야외 전시장에서 무료 철도박물관학교가 열린다. 가족이 함께 나무나 찰흙으로 기차를 만들어볼 수 있다. 031-461-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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