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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액 낙찰' … 돈 보고 사람 뽑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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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부산항운노조 간부들이 돈을 많이 내는 취업희망자를 먼저 채용하는 방식으로 취업 장사를 해온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항운노조 비리를 수사 중인 부산지검 관계자는 18일 "노조 수뇌부가 취업희망자로부터 더 많은 돈을 받아오는 간부나 브로커가 추천하는 근로자를 채용한 혐의가 포착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은행에서 빚을 내거나 형제에게서 빌려 취직한 조합원도 상당수 있었다"며 "일부는 연봉(2000만원)보다 많은 돈을 건넸다"고 말했다.

특히 이모(40)씨 등 취업희망자 6명은 현장 반장 김모씨에게 모두 1억600만원을 건네줬으나 액수가 적어 취업에 실패하고 돈도 돌려받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부위원장.부장 등 핵심 간부는 신규 채용이 있을 때마다 5~10명의 채용 추천권을 할당받는 대가로 채용 희망자에게서 받은 돈을 노조 수뇌부에 상납했다.

노조 관계자는 "간부들이 취업 장사를 통해 받은 돈을 모두 수뇌부에 상납하면 수뇌부는 이 가운데 30~40%를 제외한 나머지를 돌려줬다"며 "취업희망자에게서 받은 돈을 허위로 보고하다 적발되면 일감이 적은 한직으로 쫓겨난다"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부산항운노조 집행부는 연간 50억원 안팎의 노조비와 수십억원의 노임 손실 보상금을 주무르면서 각종 공사를 벌여 뒷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박이소(61) 전 위원장, 복모(53) 부위원장, 이모(45) 총무부장은 구평연락소(300평)를 신축하면서 무면허 업자에 공사를 맡기고 2억5000만원을 챙겼다.

검찰 관계자는 "노조 집행부가 발주한 여러 건의 신축.보수 공사에 대해 수사 중"이라며 "공사 리베이트를 챙기기 위해 필요하지 않거나 시급하지 않은 공사를 발주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1997년 완공된 부산항운노조 복지회관(지상 10층) 신축 공사에서 노조 간부들이 공금을 횡령한 혐의를 잡고 수사하고 있다.

부산지검 특수부는 18일 공사비를 과다계상하는 방법으로 노조 간부를 통해 1억원을 받은 혐의(업무상 횡령)로 박이소 전 위원장을 구속 수감했다.

부산항운노조 비상대책위원회 조영탁(한국항만연수원장)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항만이 기계화와 현대화되는데도 노무 공급 방식은 전근대적이어서 취업비리 등의 원인이 됐다"며 "노조에 가입해야만 부두에서 일할 수 있는 클로즈드 숍(Closed Shop)을 포기하고 노조 위원장을 직선으로 뽑는 것 등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정용백.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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