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 장세서 종목 고르기 어려워” … ETF에 돈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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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상장지수펀드(ETF) 전성시대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ETF가 시중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시장이 쑥쑥 자라 순자산 10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17일 기준으로 국내 ETF의 순자산은 9조5046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6조578억원)에 비해 3조4468억원(56.9%) 늘었다. 상장된 ETF 숫자도 103개. 지난해 64개에서 61%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돈도 밀려들고 있다. 올 들어 ETF로 유입된 자금만 4조2163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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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자산운용의 경우 개별 운용사 중 처음으로 ETF 순자산(5조3665억원)이 이날 5조원을 넘어섰다.

 ETF가 인기를 끄는 것은 펀드매니저도 투자종목을 고르기 힘들 정도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시장 덕분이다. 8월 이후 급락장에서 쓴맛을 본 투자자가 직접 투자보다는 ETF 투자 쪽으로 돌아선 것이다. 삼성자산운용의 배재규 ETF운용본부장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다 보니 개별 종목보다는 시장 자체에 투자하는 경향이 커졌다”며 “매매가 편리하고 저렴한 수수료도 ETF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커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게다가 급등락의 흐름을 타고 지수상승률의 1.5~2배 수익을 내는 레버리지 ETF, 지수와 반대로 움직이는 인버스 ETF 등에 투자해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도 ETF 시장의 성장에 가세했다. 한화증권 이호상 연구원은 “8월 이후 증시가 급락하며 조정에 따른 수익을 노리는 자금이 들어오면서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특정 주가지수에 연동돼 수익을 내는 ETF는 펀드와 주식을 버무려 놓은 상품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펀드처럼 적은 돈을 들여 분산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업종 ETF에 투자하면 특정 종목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줄이고 해당 업종의 주요 우량주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셈이 된다.

 펀드지만 증시에 상장돼 있어 주식처럼 거래도 할 수 있다. 증권거래 계좌만 있으면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다. 펀드보다 환매도 쉽다. 평균 수수료율도 0.5%로 일반 주식형펀드(연 2~2.5%)와 인덱스펀드(연 1%)보다 낮다.

 다양한 유형의 ETF가 등장한 것도 시장이 커지는 이유다. 주가와 채권 지수에서 원유와 금 선물 등 원자재, 해외지수, 달러 등 외환 등에 연계된 ETF가 출시되면서 ETF만으로도 투자 포트폴리오를 꾸릴 수 있게 됐다.

ETF 시장에 출사표를 낸 산은자산운용은 환경과 지배구조 면에서 우수한 기업 70개 종목을 포함한 KRX사회책임투자지수(SRI)에 연계된 ‘PIONEER SRI ETF’를 20일 상장한다.

 이처럼 상품군이 다채로워지면서 시장에서는 ETF랩도 인기를 끌고 있다.

ETF랩은 투자자 성향과 시장 상황에 맞게 다양한 ETF에 투자하는 자산관리 상품이다. 증권사는 까다로워지는 투자자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여러 ETF를 조합해 최대 수익을 겨냥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최근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는 ‘QnA 레버리지 ETF랩’을 선보였다. 대우증권의 ‘ETF 스위칭랩’은 ‘KODEX200’과 ‘Kstar국고채’에만 투자해 종목 투자로 인한 위험을 줄였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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