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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층 이상 아파트 앞동과 뒷동 거리 20% 좁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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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가 10·15·20층 등 층별로 나눠 동간 거리를 달리하는 조례안을 추진하고있다. 건축위원회 자문과 국토부에 관련내용을 질의한 상태다. [조영회 기자]

높이 따라 동 사이 거리 달라진다

천안시가 아파트 층별(높이)에 따라 동간 거리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시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천안시 건축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이달 14일 예정된 151회 천안시의회 임시회(건축조례 심의는 20일)에 상정할 계획이다. 층별에 따라 동 간격을 달리하는 사례는 전국적으로 처음이다. 시에 따르면 아파트 15층을 기준으로 15층 이상일 경우 기존 동간 거리를 1.0배에서 0.8배 이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15층 이하는 기존 거리(1.0배)를 유지한다. 고층 공공주택에 한해서만 동간 거리를 줄인다는 것이다.

높이가 다른 15층 이상(남향)의 두 고층 아파트가 있을 경우 높은 건축물 높이의 0.8배, 낮은 건축물의 1.0배 이상 거리를 둬야 한다. 예를 들어 높이 10m와 8m 두 동이 있을 경우 현재 동간 거리는 10m인데 앞으로는 8m만 띄워도 된다.(아래 그림 참조) 고층 건물 이상이라도 20층, 25층 등 층수에 따라 비율은 달라질 수 있다. 시는 150회 임시회가 열린 8월 30일 높이와 상관 없이 아파트 동간 거리를 0.8배로 완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에 대해 심의를 요청했지만 상임위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당시 조례안에 따르면 층수에 상관 없이 동일 대지에 두 동 이상 건축물이 마주보고 있는 경우 채광을 위한 창이 있는 벽면으로부터 직각방향으로 건축물 높이의 0.8배 이상 거리를 두도록 했다. 하지만 의원들간 이견을 보이면서 조례안 심의는 다음 회기로 보류됐다. 이에 앞서 열린 148회 임시회에서도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조례안이 보류됐었다.

 정부는 2009년 건축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아파트 이격거리를 1.0배 이상에서 최고 0.5배 이상으로 완화했고 각 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천안시는 이에 따라 조례 개정을 추진해 왔고 2차례 걸쳐 보류되자 층별에 따른 동간 거리 완화로 입장을 선회했다.

도시 경쟁력 강화냐, 기본권 침해냐

천안시는 아파트 동 사이 거리가 완화될 경우 건설사가 단지 배치를 다양하게 할 수 있어 천안 지역 아파트 단지의 쾌적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거리가 좁아진 만큼 토지 이용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건축경기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동간 거리가 줄면 설계시 건물 배치를 유연하게 할 수 있고 높이 제한 등의 이유로 용적률을 채우지 못한 단지 내의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점이 생긴다. 반면 입주자는 일조권과 조망권에 영향을 받게 되고 가까워진 거리 때문에 사생활 침해를 받을 수도 있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

 시의 동간 거리 완화 추진은 건설업체의 사업 수익을 올려 침체된 지역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거주자에겐 생활 여건이 나빠지는 상반되는 측면이 있지만 경기 활성화에 비중을 둔 시책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천안시가 전국 인구 50만 이상의 도시와 인근 도시 29곳에 대한 동간 거리 완화 여부를 조사한 결과 서울(0.8), 경기 성남(0.8)·안산(0.5)·안양(0.8)·평택(0.8)·시흥(0.8), 아산(0.5) 등 7곳으로 나타났다. 아산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도권이다.

아산시 0.5배 동간 거리 완화, ‘글쎄…’

올 초 동간거리를 0.5배로 완화한 아산의 경우 건축경기 활성화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아산시는 정부가 ‘2009년 건축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아파트 동간거리를 1.0배 이상에서 최대 0.5배 이상으로 완화하면서 지난 1월 관련 조례를 개정했다.

 공동주택과 아파트 단지 내 등에서 기존 동간 거리를 기존(1.0배)에서 동간 거리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건설업체 사업 수익을 유리하도록 해 건축경기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게 시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동간 거리 완화 후 건축승인을 제출한 시공사가 단 1건도 없어 건설경기 활성화에도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시는 조례를 신설하는 과정에서 주민들 거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도 별도 주민설명회나 여론수렴 과정 없이 바뀐 건축법이 규정하는 가장 완화한 거리(0.5)를 선택했다.

 조례를 심사하고 의결하는 기구인 시의회마저도 당시 특별한 문제의식 없이 해당 조례를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아파트 주민 사이에서 불만을 나오고 있다. 일조권 침해 우려와 함께 실효성 의문도 제기하며 해당 조례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천안보다 인구가 두 배 가량 적은 아산이 0.5배를 적용하고 있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김지훈 아산시민모임 사무국장은 “일조권이나 동간 거리를 제대로 확보하지 않고 건설경기가 안 좋다는 이유로 완화하는 것은 일부 건설업자 이익을 위한 제도”라며 “근본적인 건설경기를 일으키는 대책도 아니며 오히려 시민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주민들은 쾌적한 주거공간을 추구한다. 공간 거리가 좁혀지면 공동주택 내 녹지공간이 부족해지고 주차 확보도 어렵게 된다”며 “건축업자들이 이 조례에 따라 우선 사업승인만 받아놓고 착공은 미룰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미 착공 건축물이나 주택이 난립할 우려가 높다”고 덧붙였다.

 실제 9월 말 현재 아산시의 미분양 아파트는 400세대가 넘는다. 착공을 들어가지 못한 아파트도 5972세대(9개 단지)나 된다.

 또한 동간 거리 완화 후 건축승인을 제출한 시공사가 단 1건도 없어 건설경기 활성화에도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현재 동간 거리를 다시 0.8~1.0배로 강화하는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련 조례가 신설될 당시 아산 인구가 매년 1만 명 이상 증가하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 같은 조례가 통과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입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시가 최대한 빨리 발전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옆 건물 고층에서 본의 아니게 내려다 볼 수 있다는 저층세대의 사생활 침해 민원이 간혹 접수되고 있다”며 “일조권 문제도 있기 때문에 동간 거리를 다시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타 시·군 사례를 수집해 조례를 개정하는 쪽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7월초 시 건축과는 주택과에 동간 거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관련 조례를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접수했다.

글=강태우·조영민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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