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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의 금요일 새벽4시] ‘세상사 편력’ 마칩니다 … ‘헬로’ 사랑해 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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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면

◆독자 편지를 받았습니다.

j를 보기 위해 중앙일보를 본다는 대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커버스토리였던 세계적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의 사진에 단단히 불만이었습니다. 토요일 아침 기분 좋게 신문을 집어 들었다 깜짝 놀랐답니다. 보첼리의 덥수룩한 수염이 너무 보기 싫었다는 거지요. 참고 보고 있는데 지나가던 동생도 너무 징그럽다고 한마디 하더란 거예요. 그래서 항의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는 겁니다. 메일을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수염이 문제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거든요. 수염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이렇게 거부감이 클 수 있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하지만 얻은 게 있었습니다. 독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정말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좀 더 깔끔한 사진이었으면 주말 아침 독자들의 기분을 망치지는 않았겠지요. 이 생각을 공유하고자 팀원 모두에게 메일을 전달했습니다. 바로 에디터한테서 문자가 옵니다. “충격 좀 받으셨겠구먼. 매일 아침 내 기분이 어떤지 알겠지?” 저도 보첼리 같은 수염을 갖고 있거든요. <박종근>

◆“닭띠시죠?” 최근 드라마 ‘하이킥’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 윤유선씨 사진을 찍던 박종근 차장이 묻습니다. “아뇨, 저는 원숭이띠예요. 1월생이라서요.” 박 차장의 얼굴에 당황함이 비칩니다. 동갑임을 강조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려 했던 겁니다. “괜히 여쭤 봤네요. 저는 12월생인데….” 박 차장의 ‘급수습’에 “그 정도는 맞먹어도 되죠. 하하하” 하고 윤유선씨가 웃음보를 터뜨립니다. 그 순간 연거푸 카메라 스트로보가 터집니다. 얼마 지나 윤유선씨가 또 까르르 웃습니다. “무슨 생각 하셨는데요?” 박 차장이 묻자 “아뇨. 사진 찍는 게 너무 쑥스러워서요” 하며 또 웃습니다. 윤유선씨, 웃음이 참 많은 배우입니다. “하이킥 드라마 속에선 연상의 남편에게 반말하신다고 하던데, 실제 남편에겐 반말 안 하시는 거죠?” 박 차장이 사전조사를 많이 했나 봅니다. “아뇨. 반말하죠. 하하하” 하며 윤유선씨가 또 한번 거침없이 웃습니다. 옆에 있던 윤유선씨 코디네이터가 “언니가 극 중 인물을 닮아가고 있다”며 분위기를 거들고 나섭니다. 5면에 담긴 QR코드로 윤유선씨 동영상 보셨나요. 바로 그 웃음입니다. <성시윤>

◆‘세상사 편력’ 연재를 마쳤습니다. 1년 하고 5개월쯤 더 쓴 것 같네요. 조금 먼저 사회에 발을 들인 선배로서 젊은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전달이 잘 됐는지 두렵습니다. 이 메마른 시대에 삶을 적시는 데 꼭 필요한 가치들이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행여 내 제자, 내 아들이 손해 볼까 선생님들도, 부모님들도 들려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잘난 사람은 아니지만 저라도 얘기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더랬습니다. 그런 가치들에 대해 토요일 아침 식탁에서 가족들과 생각을 나눠 보길 바랐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범절’입니다. 범절이란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입니다. 부끄러움을 알면 후회할 일을 저지르지 않지요. 당장은 손해라는 생각이 들지 모릅니다. 약삭빠른 사람들이 좀 많나요. 하지만 그 손해를 보상 받는 날이 분명 옵니다. 작은 걸 탐하지 않아서 큰 걸 잃지 않는 날이 온단 말입니다. 뒤돌아보니 그렇더라고요. 그렇게 못해서 땅을 치며 후회하는 사람들 많이 보잖아요.

 세상사 편력 자리에는 새로운 감각의 카툰 ‘헬로’가 연재됩니다. 하고자 하는 얘기는 비슷할 겁니다. 소소한 일상에서 자칫 흘려버릴 수 있는 소중한 가치들을 잔잔한 웃음과 함께 일깨워 드릴 겁니다. 보잘것없는 글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드리고, 새 카툰에도 많은 사랑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훈범>

j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사람신문 제이 67호
에디터 : 이훈범 취재 : 성시윤·김선하·이소아 기자
사진 : 박종근 차장 편집디자인 : 이세영·김호준 기자 , 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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