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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보험공사, SLS조선에 6억 달러 보험 특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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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이국철

SLS조선에 한국무역보험공사가 특혜를 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SLS조선은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정권 유력인사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주장해 온 이국철 회장이 이끌던 기업이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김재균(민주당) 의원은 30일 열린 무역보험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SLS조선이 자격 조건에 미치지 못하는 상태에서 무역보험공사가 지원을 결정하는 등 특혜를 주다가 SLS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 태도를 바꿔 순식간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이날 김 의원은 “무역보험공사가 6억 달러 규모의 선박보험을 제공한 2008년 1월 29일 SLS조선은 자본잠식 상태였고, 신용평가 등급도 최하위(G등급)를 받아 보험제공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SLS조선은 이후 1년3개월 사이 수출보증보험 한도를 두 배 증액 받았고, 수출신용보증한도도 3000억원을 추가 배정 받았다”고 특혜론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런 특혜 지원은 2009년 9월 검찰의 수사 개시와 함께 중단됐고 무역보험공사가 포함된 채권단은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가 신청 2주 만에 개시가 결정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09년 말 워크아웃 개시 전 경영권 포기 각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무역보험공사 관계자는 “보험 제공을 했을 당시에 SLS조선은 증자를 통해 실질적으로 자본잠식을 벗어났지만 회계상으로는 반영이 안 됐던 때”라면서 “ 2008년 결산 이후 신용등급은 지원가능 등급(E등급)으로 올라갔다”고 해명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심형래 특혜 의혹’도 나왔다. 무역보험공사는 2008년 문화수출보험 지원 명목으로 심 감독의 영화 ‘라스트 갓 파더’에 30억원의 대출 보증을 섰지만 전액을 날린 상태다. 이와 관련해 이상권(한나라당) 의원은 “심형래 감독과 제작비 200억원 규모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당시 공사 내부 규정에는 ‘총제작비 80억원 이하’의 영화에만 지원하도록 돼 있었다”면서 “협약을 체결한 지 두 달 후에 관련 규정을 삭제해 보증이 가능하도록 바꿨다”고 말했다. 김태환(한나라당) 의원이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무역보험공사의 무역보험기금의 손실액은 1조4930억원에 달했다. SLS조선 건으로 지난해 이후 입은 손실만 5957억원이다.

 ◆이국철 SLS그룹 회장 3일 재소환=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심재돈)는 신재민(53)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현 정부 인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주장한 이국철(49) SLS그룹 회장을 다음 달 3일 오전 10시 재소환해 조사할 것이라고 30일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다음 주 검찰에 출두해 충분히 수사 할 수 있을 만큼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신 전 차관에게 제공한 금품 관련 자료 ▶신 전 차관이 사용했다는 SLS그룹 법인카드 전표와 차량 사용 내역 등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민근 기자

◆워크아웃=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작업. 워크아웃 목적 달성을 위해 해당 기업은 채권자인 금융회사의 빚을 갚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자력으론 어려워 부채 상환을 유예하거나 탕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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