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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MB는 ‘지역 공약 악몽’을 잊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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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명박 대통령(MB)이 29일 부산을 방문해 지역개발 지원을 공약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 그는 지역인사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댐을 만들 게 있으면 만들고…. 국토해양부 장관도 동의할 거다. 국제선이 부족하면 증축하는 게 좋겠다. 용역 한다고 시간을 끌면 안 되고 기간을 단축해 청사도 증축하면 좋겠다. 부산~울산 복선을 기왕에 해줄 거면 빨리 해주는 게 좋다. 관계 장관이 다 왔으니까 다 듣고 하지 않을까. 돈을 쥐고 있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와 있다.” 박 장관 외에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동선 중소기업청장이 대통령을 수행했다.

 댐 건설, 공항청사 증축, 철도 복선화 같은 지역개발 사업은 정부와 국회가 필요성을 꼼꼼히 검토한 후 ‘예산 효율’의 기준으로 결정해야 하는 문제다. 개발과 예산을 다루는 장관을 옆에 앉혀 놓고 대통령이 언급하는 건 일의 순서가 틀린 것이다. 듣는 이에게 정부가 약속한 것이 되어 버린다. 정부 예산은 대통령이 선심을 쓰는 돈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이미 대선 때 신중하지 못하게 지역개발을 공약했다가 국정운영에 커다란 부담을 느낀 경험이 많다. 세종시, 동남권 신공항,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 등을 둘러싼 혼선을 국민은 생생히 기억한다.

 여권에 대한 부산·경남의 지지도가 크게 떨어져 정권의 걱정이 깊다고 한다. 가깝게는 10·26 부산 동구청장 선거가 있고 내년에는 총선·대선이 있다. 대통령으로서는 이 지역에 관심을 보임으로써 민심 복원에 일조하고 싶은 욕망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은 원칙 내에서 부작용이 없도록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 개발이 필요한 곳이 부산뿐인가. 대통령은 방방곡곡을 돌면서 개발을 공약할 것인가.

 지역 간 차별은 대통령이 주창하는 공정과 공생발전에 맞지 않는다. 그리고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선거개입 논란을 부를 수 있다. 큰 선거가 다가올수록 집권세력은 예산과 행정력을 활용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대통령부터 그런 유혹에 굴복하면 국정혼란을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