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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11번으로 남은 사나이, 최동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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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고 최동원 감독의 유족과 롯데 구단 관계자들이 고인의 등번호 ‘11’이 새겨진 기념판의 가림막을 걷어내고 있다. 왼쪽부터 롯데 장병수 대표, 고인의 부인 신현주씨, 아들 기호씨. [부산=송봉근 기자]

마침내 최동원은 부산 사직구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늘 자부심에 넘쳤던 금테 안경의 최동원은 없었다. 대신 사직구장 왼쪽 외야 펜스 끝에 고인의 현역 시절 등번호 11번이 걸렸다.

 프로야구 롯데 구단은 9월 30일을 ‘최동원의 날’로 정하고 지난달 14일 지병으로 별세한 고인에 대한 영구결번식을 사직구장에서 치렀다. 1988년 11월 22일 롯데에서 삼성으로 트레이드돼 부산을 떠난 지 8347일 만이다. 9월 30일은 고인이 혼자 4승을 거둔 84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가 시작된 지 꼭 27년이 흐른 날이기도 하다. 당시 대구에서 열린 1차전에서 고인은 삼성 선발 김시진(현 넥센 감독)을 상대로 4-0 완봉승을 거뒀다.

 오후 6시5분. 유족 대표인 모친 김정자 여사, 부인 신현주씨, 아들 기호(21)씨가 홈 플레이트 뒤에 구단 관계자들과 도열했다. 롯데 선수 대표로 나선 고인의 경남고 후배 투수 임경완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선배님 영전에 우승을 바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추도사를 읽었다. “선배님으로 인하여 롯데 팬들은 행복했고 즐거워했습니다”라는 대목에선 목소리가 떨렸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김 여사에게 제54회 부산시문화상을 수여했다. 그 뒤 유가족과 롯데 구단의 장병수 대표, 배재후 단장은 외야 펜스 쪽으로 이동해 가림막 줄을 잡아당겼다. 막이 펼쳐지자 ‘11’이라는 숫자가 적힌 지름 2m5㎝의 둥근 기념판이 나타났다. 김 여사는 “동원아”라고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구장 좌측 깃대엔 롯데 구단의 첫 영구결번 기념기가 올라갔다. 선수단에서 유일하게 고인과 함께 롯데 선수로 뛰었던 윤학길 수석코치는 “최 선배는 진정한 롯데의 에이스였다”고 추억했다. 경남고 후배인 1루수 이대호는 “오늘은 선배님이 롯데로 돌아오신 날이다 ”라고 말했다.

 기념식 뒤 열린 두산과의 경기 시구는 아들 기호씨가 했다. 최씨는 아버지가 선수 시절 던졌던 마운드에는 서지 않았다. 마운드 바로 앞에서 힘찬 투구폼으로 롯데 포수 강민호의 미트에 정확하게 공을 꽂아 넣었다. 한편 프로야구 OB 모임인 사단법인 일구회는 이날 고(故) 최동원과 고 장효조를 ‘2011 CJ 마구마구 일구대상’ 수상자로 공동 선정했다.

부산=최민규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프로야구 전적(30일)

▶사직 두산 3-6 롯데

▶문학 삼성 0-2 SK

▶목동 한화 0-3 넥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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