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9월 수상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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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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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심사평

세련된 언어, 차분한 어조 돋보여

이번 달 응모작 대부분은 읽히는 시조였으나 완성도 높은 작품은 부족했다. 시조는 주제·기법뿐 아니라 소재·제재에서도 산뜻한 맛이 있어야 한다. 특히 제목은 작품 전체를 조망하는 눈으로 작품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상상적 체험에 의한 창조적 행위, 추상적 개념의 형상화, 촌철살인의 간결미에 감동이 더해질 때 좋은 작품이 태어난다.

장원작 ‘바늘심서’는 인술의 길에 들어 선 아들에게, 환자를 치료할 때 중국 전설의 명의 화타(華陀·145~208)를 흉내 내지 말고, 함부로 침을 사용해 사람 목숨을 가벼이 하는 의술이 아닌 명의가 되라는 어머니의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다. 관념의 위험성을 극복하고 세련된 언어 감각 위에 진중하면서도 차분한 목소리로 안정감 있게 이끌고 간 힘이 돋보인다. 다만 시제가 진부해 신선미가 떨어진 게 옥에 티다.

차상 ‘반디, 하늘을 날다’는 반딧불이 일생을 그려냈다. 잘 읽히는 시조라는 점에서 기본 역량은 갖춰져 있으나 각 수 초·중장이 형상화까지 이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이 흠을 가릴 수 있는 종장을 맑고 고운 시심으로 잘 마무리한 역량을 높이 사 차상에 올렸다.

차하 ‘탱화’는 불타는 노을을 탱화로, 종교적으로 승화시킨 상상력이 뛰어나다. “서천을 당기던 목불 산문 밖을 나선다”는 종장은 심우도(尋牛圖)의 마지막 단계인 입전수수(入廛垂手), 즉 미망에 싸인 인간세계에 들어가 중생을 제도하는 자비로움을 엿볼 수 있다.

마지막까지 이예찬의 ‘재봉틀 앞에 앉은 그녀’, 조안의 ‘절명시’, 이종현의 ‘황새, 種을 복원하다’, 김경옥의 ‘가을 다도해’를 놓고 고심했으나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완성도 높은 작품을 기대해본다.

심사위원=오승철·오종문(집필 오종문)

◆응모안내= 매달 20일 무렵까지 접수된 응모작을 심사해 그 달 말 발표합니다. 늦게 도착한 원고는 다음 달에 심사합니다. 응모 편수는 제한이 없습니다. 장원·차상·차하 당선자에겐 중앙시조백일장 연말장원전 응모 자격을 드립니다. 서울 중구 순화동 7번지 중앙일보 편집국 문화부 중앙시조백일장 담당자 앞. (우편번호 10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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