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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으로 부르는 노래, 오카리나에 빠져 30년 살았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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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노무라 소지로

“공기를 갈아서 일구는 악기죠.”

 일본의 오카리나 연주자 노무라 소지로(野村宗次郞 ·57)의 표현이다. 그는 20대 후반에 우연히 오카리나 소리를 들었다. “도치기현(<6803>木<770C>)의 작은 마을에 들렀는데 맑은 선율이 계곡을 따라 울려 퍼졌어요. 오카리나를 만들어서 부는 가야마 히사시가 연주하는 거였죠. 몇 달 뒤 이 분의 제자가 됐습니다.”

 그는 이후 손바닥 만한 악기에 일생을 쏟아 부었다. 우선 도치기현 작은 마을의 조그만 오두막에 들어가 흙으로 오카리나를 빚어 구웠다. 일본 각지를 돌아다니며 점토를 구해 여러 시도를 하고, 가마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e-메일 인터뷰에서 “한 달에 120개씩 만들고 그 중에 100개를 가마에 넣었습니다. 1년에 1000개씩 10년 동안 1만개쯤 오카리나를 구웠네요”라고 했다. 현재 사용하는 악기 10여 개는 그 중 고른 것들이다.

 “원래는 노래를 좋아했어요. 오카리나가 눈 앞의 공기를 노래로 만드는 악기라는 점에 매료 된 거죠. 또 흙으로 부르는 노래이기도 하고요.”

 현재 오카리나로 그에게 대적할 이는 별로 없다. 노무라는 이 단순한 악기의 매력을 발견하고 30여 년 동안 집중해 특별한 의미를 만들어냈다. 애니메이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들어간 음악 덕에 한국에도 팬이 많다. 일본에서는 NHK 다큐멘터리 ‘대황하’의 배경음악을 넣어 유명하다. 들으면 휴식이 되는 음색과 꾸밈없는 선율 덕분이다.

 음악 칼럼니스트 류태형씨는 “오카리나는 수천 년 전 만들어진 것이 발견됐을 정도로 인류의 보편적 심성과 통하는 악기다. 노무라는 특히 이 점을 잘 파악해 오카리나의 개념을 바꿔놨다. 한국에도 불었던 오카리나 유행 또한 노무라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무라는 다음 달 9일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언플러그드 에세이’ 공연에 참여한다. 피아니스트자 작곡가인 이루마, 일본의 바이올리니스트인 츠루 노리히로와 함께다. 이번 공연의 주제는 자연. 세 아티스트가 대지와 숲, 하늘과 바람 등에서 얻은 영감으로 만든 음악들이 연주된다.

 노무라는 “늘 자연에서 얻은 멜로디로 곡을 만듭니다. 인간도 그 속에 있기 때문에 제 음악엔 사람이 들어있다고 할 수 있죠. 특히 오카리나는 사람이 본래 가지고 있는 선한 마음을 일깨워줍니다”라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언플러그드 에세이=10월 9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3만~12만원. 02-2000-6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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