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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벌점제의 역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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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학생 인권 보장 차원에서 체벌 대신 도입한 벌점제가 오히려 학생을 학교에서 밀어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김세연 의원(한나라당)은 국회입법조사처에 ‘벌점 누적으로 인한 학생 전학·퇴학 등에 관한 교육적 효과 평가’ 조사를 의뢰한 결과 지난해 벌점제로 퇴학당한 서울지역 고등학생은 28명으로, 폭력 행위 때문에 퇴학당한 학생 수(26명)보다 많았다고 28일 밝혔다.

 전국 고등학교로 보면 지난해 폭력 행위로 퇴학당한 학생은 93명이었다. 벌점제로 퇴학당한 학생과 전학 조치된 학생은 각각 35명, 50명이었다. 올 상반기에만 벌점제로 14명이 퇴학당하고 38명이 전학 조치됐다.

특히 일반고에 비해 특목고생이 벌점제에 의해 퇴학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벌점제로 퇴학당한 특목고생은 27명으로 전체의 77.1%에 달했다. 폭력 행위에 따른 퇴학과 벌점제에 의한 퇴학은 각각 학교폭력예방법과 초중등교육법이 적용된다.

 김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선 지난 5월 이후 3개월 만에 10여 명의 학생이 벌점 누적으로 자퇴했다. 해당 고교는 교칙에 ‘벌점이 80점 이상 누적된 학생은 퇴학’이라는 조항과 흡연하다 4번 이상 적발될 땐 퇴학시킬 수 있도록 하는 ‘흡연 특별규정’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벌점은 ‘무례한 행동’을 하면 5~10점, 교사 지시를 이행하지 않으면 3점, 수업 태도 1~5점 등으로 규정돼 있다고 한다.

김 의원은 “교사의 주관적 판단이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벌점제의 오남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각 학교는 교칙으로 징계 수위를 정하게 돼 있다. 일정 정도 이상의 벌점을 받았을 때 퇴학시키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퇴학을 대신해 소극적 징계인 전학을 유도하는 학교도 있다. 사실상 벌점제에 의한 퇴학과 전학이 비슷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서울시교육청에서 학생인권 강화를 주장하면서 체벌을 대체할 제도로 벌점제를 도입했으나 상당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상점(賞點)제도 운용해 벌점제의 폐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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