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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의 감각으로 예술적 붓질...자동차의 새로운 탄생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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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파리에서 선보인 제프 쿤스의 아트카‘BMW M3 GT2’. 이번 KIAF 행사장에서 실물을 볼 수 있다. 79는 앤디 워홀이 아트카를 제작한 연도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올해 KIAF(Korea International Art Fair)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품’은 아마 전시장 중앙에 마련된 ‘BMW M3 GT2’가 아닐까 싶다. BMW 차체에 이 알록달록 현란한 무늬를 채색한 사람은 바로 제프 쿤스(56). 가장 주목받는 현대 미술 아티스트 중 하나다. 레이싱 카가 가속할 때의 엄청난 엔진 폭발력을 팝적으로 승화한 그림이라고 한다. BMW의 아트카 콜라보레이션 17번째 작품이다.

1995년 ‘BMW 850 Csi’에 작업을 하고 있는 데이비드 호크니.

알렉산더 칼더의 첫 아트카 39BMW 3.0 CSL’(1975)4 프랭크 스텔라의 아트카 ‘BMW 3.0 CSL’(1976). 24시간 레이싱 경기인 르망 레이스 모터스포츠에 참가했다. 5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아트카 320i Group 5 Race Version’(1977). 6 앤디 워홀의 아트카 ‘BMW M1 Group 4 Race Version’(1979). 7 올라푸르 엘라아손의 아트카 ‘BMW H2R World Speed Record Hydrogen Car’(2007). 현재 BMW의 가장 관심 분야인 미래형 수소연료 자동차를 모델로 했다.차체를 제거하고 복잡하게 엮인 망사철로 뒤덮은 뒤 그 위에 매일 2000L의 물을 뿌리고 얼리는 작업을 반복한다. 현대 사회의 모순을 역설적으로 형상화했다.


명품 기업과 현대미술의 만남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세계적인 명품 기업 루이뷔통과 일본 현대미술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콜라보레이션(협업)은 유명하다. BMW의 아트카 콜라보레이션은 19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움직이는 모빌 등 키네틱 아트의 선구자로 유명한 알렉산더 칼더(1898~1976)는 어느 날 자동차 경주 선수인 친구 에르베 풀랭으로부터 색다른 요청을 받는다. 르망 24시 레이스 출전을 앞둔 그는 자신의 레이싱 카인 BMW 3.0 CSL에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던 것. 그림을 그린 이듬해 칼더가 사망하면서 이 작품은 사실상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됐다. 이 작품이 이런저런 이유로 세간의 화제가 되자 BMW는 아예 지속적으로 현대미술 아티스트와 아트카 제작을 정례화하기에 이른다.

지금까지 36년간 이 작업에 참가한 작가들을 보면 현대미술의 역사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 우선 팝아트와의 밀접한 연관성이다. 1950년대 중반 영국에서 태동해 70년 절정기를 거치며 현대미술의 판도를 바꾸어 놓은 팝아트는 아트카 콜라보레이션의 이론적 배경이 됐다. 만약 50년대 중반부터 60년대를 풍미했던 미국 추상표현주의가 계속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면 얘기는 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이때까지만 해도 미술은 순수성을 강조해 일반 대중 혹은 대중성과는 거리를 두었다.

추상미술의 대표 작가 잭슨 폴락과 마크 로스코라면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에 흔쾌히 참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대신 영화·광고·대중가요·만화 같은 동시대 상업 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팝아트는 예술적 컨셉트와 작품의 제작 방법에서 기존의 미술과는 다른 독창적이고 보다 ‘대중화’된 기법을 사용했다. 작품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 새로운 제작 방식과 이미지를 선보이며 미술품을 넘어선 ‘아이디어’에 무게 중심을 두었다.

대표적인 팝아트 작가로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로버트 라우션버그, 데이비드 호크니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들은 모두 BMW 아트카 제작에 참여했다. 라우션버그는 일찍이 66년 아티스트와 엔지니어 사이의 공동작업을 추진하며 아방가르드적인 작품 제작에 앞장서기도 했다. 이렇게 팝아티스트들이 미국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세 가지 키워드(음식·자동차·섹스) 중 하나인 자동차를 소재로 아트카를 제작하면서 보수적이던 미술계는 대중적인 문화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BMW 아트카 컬렉션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미국 작가가 많다는 점과 비주류 마이너 미술을 포용하려는 흔적을 보였다는 점이다. 알렉산더 칼더를 비롯해 프랭크 스텔라(1976), 로이 리히텐슈타인(1977), 앤디 워홀(1979), 로버트 라우션버그(1986), 데이비드 호크니(1995), 제프 쿤스(2010) 등이 미국 작가들이다. 반면 호주 작가 마이클 자가마라 넬슨(1989), 일본의 가야마 마타조(1990), 아프리칸 아티스트이자 최초의 여성 작가인 에스더 마흘랑구(1991), 덴마크 아티스트 올라푸르 엘리아손(2007) 등은 당시만 해도 비주류 스타일을 구사하는 작가들이다. 이는 70년대 이후 조금씩 주목받기 시작한 비주류 미술을 자사의 글로벌 마케팅 및 브랜드 캠페인에 접목시킴으로써 다문화·친환경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더욱 넓은 고객층에 다가가고자 하는 BMW의 글로벌 전략이라 하겠다.

박혜경 미술교육기관 에이트 인스티튜트 대표 사진 에이트 인스티튜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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