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노예가 되지 말고 돈의 주인이 되세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로버트 기요사키 인터뷰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정작 부자가 되는 사람은 소수다.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적절한 금융교육을 받지 못해 금융 IQ가 부족한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돈이 자신을 위해 일하게 만들지 못하고 자신이 돈을 위해 일한다. 돈이 일하는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돈의 주인이 아니라 노예가 된다. 둘째는 현재 자신을 지배하고 있는 생활 환경을 벗어나려는 용기가 부족한 것이다. 셋째는 부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감수해야 하는 위험을 피하려고만 하는 것이다.”
-당신이 말하는 금융 IQ란 무엇인가.
“금융 IQ는 돈·비즈니스·투자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도를 말한다. 전체 지능의 일부지만 금전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필수적이다. 단지 돈에 대한 지식이 많은 것과는 다르다. 지식과 이해를 겸비해야 한다. 세상에는 IQ가 높고 학력이 좋은 사람이 많다. 하지만 금융 IQ가 높은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금융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 수업시간엔 천재라고 불리지만 정작 사회에 나와선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금융 IQ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정보다. 성경에도 ‘내 백성이 지식이 없으므로 망하는도다(호세아 4장 6절)’란 구절이 있다. 지식이 곧 돈이다. 반면 우리가 흔히 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진짜 돈이 아니라 통화다.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는 금태환을 포기한 이후 돈은 더 이상 돈이 아니게 됐다. 통화는 시장 상황에 따라 부침을 거듭한다. 따라서 정확한 정보와 지식이 있어야 제대로 투자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정보와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른 종류의 금융 IQ도 틀림없이 높을 것이다.”
-재테크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저축하고 절약하고 빚을 갚고 펀드에 투자하라’고 권한다. 그런데 당신은 바보짓이라고 비판한다.
“진짜 돈이 아닌 통화를 모아두는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통화는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줄어든다. 그러면 열심히 저축한 사람들은 손해를 보고 빚을 진 사람들은 이익을 본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빨리 통화를 이용해 금·은·석유·부동산·주식처럼 실제 가치를 지닌 자산을 확보해야 한다.”
기요사키는 1947년 하와이에서 일본계 이민 4세로 태어났다. 그의 조상은 1880년대 사탕수수밭과 파인애플 농장에 일하러 온 이민자였다. 4남매 중 첫째인 그는 감수성이 풍부한 어린 시절을 그다지 행복하게 보내지 못했다. 일제의 진주만 공습(1941년)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의 전진기지였던 하와이에선 60년대까지도 일본계 이민자에 대한 정서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기요사키는 69년 해양사관학교 졸업 후 스탠더드오일의 유조선 항해사로 6개월간 일했다. 이 회사는 방위산업체여서 군복무가 면제됐지만 그는 자원입대를 선택했다. 그리고 해병대 장교이자 헬기 조종사로 베트남전에 투입됐다. 전쟁터에서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긴 그는 “이 전쟁으로 지키려는 것은 민주주의·평화·자유가 아니라 돈이란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73년 제대 후엔 복사기 업체 제록스에서 영업사원으로 4년간 근무했다. 처음 2년은 실적 부진으로 고전했으나 나중엔 미국 전역에서 5위 안에 들어가는 최우수 영업사원이 됐다. 77년 첫 번째 창업으로 나일론 지갑을 만드는 회사를 세웠다. 창업 1년 만에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성공을 거뒀으나 이후 저가 수입품과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엄청난 빚을 떠안게 됐다.
그는 어렵게 회사를 재건한 뒤 84년 동업자에게 회사 지분을 모두 넘기고 투자자 교육사업을 시작했다. 초기엔 교육사업도 실패를 거듭해 한때 노숙자로 전락하기도 했다. 다행히 85년 말을 고비로 반전에 성공하면서 94년까지 꾸준히 사세를 키웠다. 89년에는 부동산 임대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94년 “평생 먹고살 돈을 벌었다”고 판단한 그는 교육사업을 매각하고 조기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은퇴생활은 길지 않았다. 96년엔 ‘캐시플로’라는 보드게임을 선보였고, 97년 자비로 출판한
-당신의 20대는 파란만장했다. 만일 다시 태어나도 같은 길을 걸을 것인가.
“물론이다. 군대에선 리더십과 규율에 대한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 다른 곳에선 결코 얻을 수 없었던 경험이었다. 제록스에서 일할 때는 귀중한 현장 영업기술을 배웠다. 영업 현장에서 열심히 뛰었던 경험이 없었다면 나중에 성공하고 부자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미국 부동산 시장은 아직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문제다. 훌륭한 투자자는 가격이 오르건 내리건 돈을 벌 수 있다. 내가 목표로 하는 것은 시세차익이 아니라 임대수익, 즉 현금흐름이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어 더 큰 기회가 열리게 된다. 금광에서 금을 캐듯이 잘 찾아보면 현금흐름은 좋은데 가격이 급락한 부동산이 있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의 등락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매달 임대료가 얼마냐 하는 문제다. 지금이야말로 나에겐 가장 투자하기 좋은 시기다.”
기요사키가 부동산에 최초로 투자한 것은 89년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있는 방 두 개짜리 집을 4만5000달러에 산 것이었다. 당시 은행 대출을 제외하고 5000달러를 투자했다. 이런 식으로 임대용 주택을 계속 사들이다가 집값이 충분히 올랐다고 판단하면 미련 없이 처분해 차익을 실현하는 것이 기요사키의 투자 스타일이다.
-펀드 투자에 대해 부정적이다. 직접 주식투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부정적인가.
“개인적으로 주식투자는 좋아하지 않는다. 과거에 조금 하기는 했다. 내가 한 투자에 대해선 내가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데 주식투자는 내가 통제할 수 없다. 시장의 변화에 몸을 맡겨야 한다. 부동산 임대수익과 비슷한 현금흐름으로 주식 배당수익이 있긴 하다. 하지만 배당금을 결정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상장기업의 경영진이다. 실제로 배당금에 의존하며 살던 은퇴자들은 금융위기 이후 배당금이 대폭 축소되자 커다란 어려움을 겪었다. 다른 사람이 주식투자에 흥미가 있다고 하면 굳이 말리진 않겠다. 공부를 철저히 한다는 전제에서다. 어쨌든 내 관심은 주식이 아니다.”
-중앙SUNDAY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느 나라에 살든지 부자와 가난한 자를 나누는 경계는 금융 IQ다. 끊임없이 금융교육을 받고 금융 IQ를 높이길 바란다. 좋은 학력을 갖고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것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 부자가 되는 것은 금융 지능이 높은 사업가나 투자자다. 배운 것을 실천에 옮기되 작은 것에서 시작해 조금씩 규모를 키워 나가야 한다. 실패하더라도 좌절하면 안 된다. 실패에서 배우고 계속 전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