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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인터넷·휴대폰 없이 버텼다, 40일간의 전쟁과 평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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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아날로그로 살아보기
크리스토프 코흐 지음
김정민 옮김, 율리시즈
288쪽, 1만5000원

유머가 넘치고 시사성이 풍부한 책이다. 버스·지하철에서 스마트폰에 정신을 앗긴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느낀 독자라면 공감할 대목이 많다. 휴대전화를 잃어버려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절망에 빠진 적이 있다면 더욱 고개를 끄덕일 것 같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없이 오프라인으로 지낸 40일’이란 부제가 압축해 보여주듯 온라인과 절연한 채 보낸 40일간의 경험과 사색을 담았다.

 저자는 독일의 저명 파워블로거이자 프리랜서 기자.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없는 일상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직업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뉴스 사이트를 순례하고, 밤새 들어온 e-메일을 체크하는 것으로 하루를 열었던 그가 이처럼 독한 결정을 하게 된 동기부터 우습다. 새로 이사간 집에 인터넷 접속이 지연되고, 이에 짜증난 그에게 함께 사는 연인이 자기보다 인터넷이 더 좋으냐고 토라지자 이 같은 결단을 내리게 된다.

 이후 시나리오는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초조와 불안, 그리고 클릭 하나로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일을 하나하나 손과 발로 해야 하는 번거로움 등등. e-메일 대신 편지를 쓰고, 구글 검색 대신 도서관을 이용하는 등 ‘디지털 중독증’에서 벗어나는 저자의 일상이 상세하게 묘사된다. 그런 40일간의 고행 끝에 도달한 결론 또한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단식 뒤에 패스트 푸드를 멀리하게 되고, 과일이나 야채의 맛을 새롭게 알게 되듯이 친구와 가족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되고, 침묵의 즐거움을 알게 되며, 산책의 기쁨을 만끽하게 된다.

 그렇다고 아날로그 예찬서는 아니다. 느리게 살기를 강조하는 ‘디지털 혐오서’와도 거리가 멀다. 책의 백미는 ‘디지털 보헤미안(방랑자)’에 대한 해부. 저자는 심리학자·뇌과학자·신경과학자 등을 인터뷰하고, 또 관련서적을 탐독하며 ‘디지털 네이티브(원주민)’의 겉과 속을 샅샅이 훑는다.

 흥미로운 통계 하나. 세계에서 매일 발송되는 e-메일은 약 2억5000만 통. 1초당 300만 통 꼴이다. 그 중 90~97%는 스팸 메일. 그 스팸 메일 차단·폐기에 소요되는 전력은 매년 330억㎾. 배기가스로 환산하면 310만대의 자동차가 뿜어대는 양이란다. 말미에 소개된 ‘온라인 중독증’ 벗어나기 요령이 매우 구체적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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