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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탐방] 천안 목천 신도브래뉴 1차 아파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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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천안 목천 신도브래뉴 1차 아파트에 사는 주부들이 문화강좌에 참가해 풍선으로 강아지 모형을 만들고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 목천 신도브래뉴 1차 아파트 입주 6년차 원은주(39·여)씨는 5년째 다른 입주자들에게 풍선아트를 전수하고 있다. 경력 7년 차인 그는 “이웃에게 무엇인가를 알려줄 수 있어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비즈공예 경력 8년차 노정미(43·여)씨도 마찬가지. 그 역시 수년째 입주자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고 있다. 노씨는 “주부라고 밥만 하라는 법은 없다”며 “많은 입주자들이 나를 통해 새로운 취미를 갖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외부강사 없이도 잘 가르치고 잘 배워요”

20일 오전 10시 천안 목천 신도브래뉴 1차 아파트 내 문화강좌실. 30여 명의 주부들이 풍선으로 동물, 꽃 등의 모형을 만드는데 여념이 없다. 이들은 이 아파트 입주자인 동시에 풍선아트 강좌를 듣는 학생(?)이다. 109동에 사는 김선희(35·여)씨는 5년째 이곳에서 풍선아트 수업을 듣고 있다. 얼마 전에는 원씨의 도움으로 풍선아트 2급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김씨는 “취미생활 없이 지내오다 아파트 내에서 강좌를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참여하게 됐다”며 “아이들에게 풍선으로 장난감을 만들어주니 너무 좋아하더라. 그 후 ‘나도 뭔가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해졌다”고 말했다.

 풍선아트 수업이 진행되는 테이블 옆에서는 비즈공예 수업이 한창이다. 각종 공구와 리본끈으로 목걸이와 머리띠를 만드는 15명의 주부도 모두 이곳 입주자다. 1시간 정도의 수업이 끝나자 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액세서리를 풍선 모형물에 착용시켜보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임은정(40)부녀회장은 “강좌가 나눠져 있긴 하지만 두 가지 다 배워도 상관없다”며 “이곳에서 배운 재능은 이웃을 돕고 화합하는데 쓰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은 동네의 크고 작은 잔치가 있을 때 마다 함께한다. 입주자 중 돌잔치가 있으면 행사장을 방문해 풍선 모형을 만들어 주는가 하면 생일파티에 참석해 수공예 액세서리를 선물해 주기도 한다.

 풍선아트 수업을 진행하는 원씨는 “주부들끼리 모여 무언가에 함께 열중하다 보니 정이 돈독해 졌다”며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이웃과 함께 나누고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아파트 문제·예절교육 책임지는 노인들

아침이면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또 하나의 진풍경이 벌어진다. 동네 할아버지들이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다. 당황한 학생들은 덩달아 인사한다. 이런 일(?)을 몇 번 당하니 이젠 학생들이 먼저 인사를 한다. 강경구(68) 노인회장은 “예절교육이라고 별다른 게 없다”며 “마음을 열고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배운다”고 말했다.

  불과 3개월 전, 단지 입구로 이어지는 300m의 진입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대형 화물차가 이차선 도로를 점령했다. 도로 옆에는 신흥초등학교가 있어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했다. 주차된 차에 아이들이 가려져 통행하는 차와 부딪힐 위험이 있었다. 차로 가려진 도로 주변에는 잡초가 무성했고 쓰레기 더미가 버려져 있었다.

  지난 7월 새롭게 결성된 아파트 노인회가 팔을 걷어 붙였다. ‘주차금지 안내문’을 손수 작성해 주차된 차 유리에 붙였다. 안내문을 붙이기 전 20여 대의 주차 차량이 3개월이 지난 현재, 한 대도 보이질 않는다. 노인회는 진입로 환경정화에도 힘썼다. 진입로를 따라 무성했던 잡초, 드문드문 도로에 쌓여있던 토사를 제거했다. 바뀌어진 환경에 주민들은 놀랐다. 신흥초등학교 교장도 노인회에 감사를 전했다.

  강 회장은 “나이 든 사람이라고 가만히 앉아 장기, 바둑이나 둘 게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녀 많아 행복해요

아파트에는 다자녀 가족이 많다. 김홍겸 관리소장은 "세자녀 이상으로 보육료를 지원받는 세대가 20세대나 된다”며 "다른 아파트와 비교하면 굉장히 많은편”이라고 설명했다. 박철희(67)아파트 관리인은 “자녀들이 많은 집을 보면 행복해 보인다”고 말했다.

  107동에 사는 송명숙(45)씨는 상수(18)·다솜(17)·보담(15) 남매의 엄마다. 동물 병원을 운영하면서 삼 남매를 키웠다. 송씨는 “아이들이 가정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혼자라면 결코 경험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아이들이 커서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4동에 사는 정명화(37)씨는 9개월 된 셋째 아이를 임신했다. 태명은 꼬물이. 자녀에게 혼자의 외로움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을 갖다 보니 셋째까지 얻었다. 처음 셋째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주위의 반응은 축하 반, 걱정 반이었다. 정씨는 “당장 태어날 아이 예방 접종비, 산후조리 비용이 걱정”이라면서도 “첫째, 둘째 아이 때문에 집안에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며 행복해 했다. 정씨는 “지난해 친정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셋째를 임신한 걸 알았다. 셋째는 어머니가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조영민 기자, 조한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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