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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사람 ⑥ 드라마 ‘대장금’ 보고 한식 섬세한 모양새에 감탄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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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중식당 최초로 미슐랭 레드가이드 별 세 개를 받은 홍콩 포시즌 호텔의 중식당 렁킹힌(龍景軒). 이 세계적인 레스토랑의 총주방장 찬얀탁(陳恩德·50)을 지난 9일 week&이 만났다. 한국 언론과 처음으로 얼굴을 맞댄 찬얀탁 총주방장은 홍콩 현지 언론과도 좀처럼 인터뷰를 하지 않은 인물이다.

한국 언론 최초의 인터뷰는 뜻밖에도 서울 롯데호텔의 도움이 컸다. 글로벌 여행 잡지 ‘비즈니스 트래블러’가 주최하는 국가별 우수 호텔 시상식이 지난 9일 홍콩에서 열렸는데, 서울 최고의 비즈니스 호텔로 선정된 롯데호텔의 양석 총지배인을 비롯한 주요 스태프가 시상식에 참석하러 가는 김에 홍콩의 유명 레스토랑 벤치마킹 투어를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따라 나섰다가 렁킹힌에 들어가게 됐고 마침 총주방장도 만난 것이다. 한국 기자의 갑작스러운 인터뷰 요청에도 찬얀탁 총주방장은 기꺼이 응했다. 

글·사진=이상은 기자

중식당으론 세계 최초로 미슐랭 별 세 개를 받은 홍콩 렁킹힌. 총주방장 찬얀탁 셰프를 렁킹힌에서 직접 만났다. 그는 “전통 음식의 원형은 지키되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겠다” 고 말했다.

-2009년 중식당 최초로 미슐랭 레드가이드에서 별 3개를 받았다. 당시 기분이 어땠나.

 “홍콩의 음식문화를 세계와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뻤다. 최초의 미슐랭 3스타 중식당이라고 뜨거운 관심도 받았다. 우리 레스토랑 식구 모두의 노력 덕분에 별 3개를 받을 수 있었다. 최고 평점을 받았다고 해도 우리는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 발전하려고 노력한다.”

-렁킹힌의 강점은 무엇인가.

 “좋은 재료를 마음껏 사서 실험해볼 수 있는 환경이다. 다른 호텔에선 재료비를 절감하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포시즌 호텔은 재료비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돈 같은 건 신경 쓰지 않고 최상의 재료를 사 실험할 수 있어 당장 메뉴를 만들어 내지 못해도 나중에 좋은 메뉴가 탄생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또 다른 강점이라면.

 “팀 정신이다. 주방 식구와 서비스부 식구가 친형제처럼 지낸다. 주방에서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도 서비스가 제대로 받쳐주지 않으면 최상의 효과를 낼 수 없다.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데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두 가지 식감으로 만든 돼지고기 요리(사진 위)와 중화권의 고급 생선 가루파 요리. 벤치마킹을 위해 렁킹힌을 꼼꼼히 분석하던 롯데호텔 양석 총지배인은 “단골이 오면 평소 즐겨 먹던 메뉴를 알아서 내오는 서비스가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중식의 트렌드라면.

 “중식과 양식을 막론하고 재료 자체에 관심이 높다.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쓰는 것이 최근 전 세계 음식 업계의 트렌드다. 요즘 손님은 새로운 식감을 기대하는 동시에 안전하고 신선한 재료를 원한다. 나도 새로운 기법을 시도하더라도 주재료만큼은 가까운 지역에서 나는 신선한 재료를 쓴다. 예를 들어 렁킹힌 대표 메뉴인 돼지고기 요리의 경우, 한 시간 거리인 판링 지역 농장에서 신선한 돼지고기를 공급받는다. 그 돼지고기를 껍질 부분은 바삭바삭하게, 속살 부분은 촉촉하게 하는 식으로 식감에 변화를 준다.”

 동행한 롯데호텔 양석(58) 총지배인이 모든 메뉴를 세심하게 맛봤다. 그는 조리사 자격증이 있을 정도로 음식에 관심이 많다. 그는 “돼지고기 껍질 부분이 바삭바삭한 게 아주 맛있다”며 베스트 메뉴로 꼽았다.

-요즘 한국에선 한식 세계화에 대해 말이 많다. 전통 음식의 세계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다양한 결합을 시도하는 걸 즐겨야 한다. 홍콩은 세계 각국의 식재료가 모이는 곳이라 새로운 식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다. 다양한 재료로 새로운 식감을 만들어 내는 건 요리를 발전시키는 데 좋은 기회다. 그러나 잘못하면 전통 음식 고유의 특성이 사라져 버릴 위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전통 음식의 기본 원형은 지키되 그 위에 새로운 기법이나 식재료를 첨가하는 식으로 변화를 준다. 열린 마음으로 꾸준히 시도하면서도 자기 지역의 식재료를 사랑하고 원형은 지켜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에서도 곧 미슐랭 레드가이드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한식당 중에서도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나.

 “한국에 가본 적도 없고 한국음식을 맛볼 기회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TV 드라마 ‘대장금’은 아주 인상 깊게 봤다. ‘대장금’을 보며 한식은 음식뿐 아니라 음식에 담긴 문화와 이야기가 더 흥미롭다는 것을 느꼈다. 외국인은 분명 이 부분에 매력을 느낄 것이다. 한국음식은 특히 모양새가 아주 섬세해 보였다. 중식이나 일식과 확실히 달랐다. 미슐랭 레드가이드가 발간되면 별 세 개를 받는 한식당이 분명히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

-미슐랭 3스타를 받은 다음 달라진 점이 있나.

 “없다. 언제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따름이다.”

● 렁킹힌

홍콩 인터내셔널 파이낸스 센터 포시즌 호텔의 중식당으로 ‘용의 시선’이라는 뜻이다. 2005년 개점했으며 광둥식 요리를 추구한다. 찬얀탁은 처음 문 열 때부터 총주방장으로 일해왔다. 셰프는 모두 28명이고 좌석은 128석이다. 대표 메뉴는 두 가지 식감으로 만든 돼지고기 요리, 전복과 치킨을 올려 만든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타르트 등 직접 개발한 요리다. 가격은 단품이 120∼960홍콩달러(약 1만6800∼13만4400원), 런치 코스가 450홍콩달러(약 6만3000원)로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치고는 싼 편이다. 롯데호텔 양석 총지배인은 “맛이 담백하고 서비스와 세팅이 특히 훌륭하지만 우리 호텔 중식당 ‘도림’보다 수준이 높다고 할 수는 없겠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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