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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떠나요, 경기도 하루 여행 ⑨ ‘안보관광 1번지’ 파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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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떠나요, 경기도 하루 여행’ 9월에 찾은 곳은 안보 관광과 평화 여행의 1번지 파주다.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는 민간인 출입 통제구역 안까지 들어간다. 경의선 기차가 잠시 멈춰 있는 도라산역을 비롯해 개성이 한눈에 보이는 도라전망대, 냉전시대의 산물인 제3땅굴 등을 둘러본다. 민통선 안에 있는 지역은 개인 여행이 불가능하므로 정규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한다.

글=이석희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도라전망대에 오르면 개성공단과 개성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임진각 망배단 뒤에 전시돼 있는 녹슨 증기기관차. 한국전쟁 때 폭격을 맞고 장단역에서 멈춰 섰던 기관차다.

① 임진각 - 관광지로 바뀐 실향민의 고향

자유로 끄트머리에 임진각이 있다. 2년 전 새로 지어 말끔해 보인다. 예전 그대로 모습인 자유의 다리, 임진강 철교, 망배단이 어색할 정도다. 건물 주변으로 실향민 대신 관광객,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진을 치고 있다. 이 또한 낯선 풍경이다. 망배단 뒤쪽으로 녹슨 증기 기관차 한 대가 전시돼 있다. 한국전쟁 당시 경의선 장단역에서 폭탄을 맞고 부서진 기관차. 임진강 안보 관광의 인증 샷이 되는 포인트다.

● 이용방법

서울시청에서 자유로까지 자동차로 1시간30분 거리다. 경의선 철도를 이용하면 서울역이나 DMC역에서 출발하는 문산행 기차를 탄 다음 문산역에서 임진강역행 기차로 갈아타면 된다.

● week&

오늘 지면을 갖고 임진각 3층에 있는 카페 ‘a Walk in the Clouds’(031-954-6552)에 가면 커피류에 한해 1인 3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경의선 마지막 역인 도라산역. 다음 역이 개성이라고 적혀 있지만 더 이상 갈 수 없다.

② 도라산역 - 경의선 열차가 멈춰선 곳

임진각까지는 자유 여행이 가능하지만 도라선역은 민통선 안에 있어 군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임진각 주차장에 있는 DMZ 관광안내소에서 표를 끊고 버스를 타야 한다. 조금만 가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건넜던 통일대교다. 여기서부터 민통선이다. 벼 익어가는 가을 들판이 언뜻 평온해 보이지만 곳곳에 ‘지뢰’ 표지판이 살벌하게 서 있다.

 통일대교에서 5분쯤 달리면 기차역이 나온다. 경의선 열차가 더 이상 달리지 못하고 멈춘 곳. 도라산역이다. 언젠가는 ‘남쪽의 마지막 역이 아니라 북쪽으로 가는 첫 번째 역’이 될 곳이다. 입장권(500원)을 사면 플랫폼으로 나가 개성을 향해 뻗어 있는 철길을 볼 수 있다. 도라산역에서는 역 구내에 있는 침목을 봐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사인한 침목이다. 김 전 대통령은 2000년 9월18일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시대’라는 메시지를 남겼고, 부시 전 대통령은 도라산역 완공 때인 2002년 2월 ‘이 철도가 한민족을 이어주길 기원합니다’라고 적었다.

● 이용방법

문산역에서 오전 10시, 11시 두 차례 기차가 출발하고, 돌아오는 기차는 도라산역에서 오후 2시30분과 3시30분 출발한다. 요금 1000원(편도). 신분증 지참 필수. 031-940-8342.

③ 도라전망대 - 한눈에 들어오는 개성

도라산역에서 출발한 버스가 개성을 향해 뻗은 도로를 신나게 달리는가 싶더니 잠시 후 힘겨워하며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이 산꼭대기에 도라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누구나 할 것 없이 바로 눈앞에 펼쳐진 개성 시내를 보고 깜짝 놀란다. 정말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 있다. 개성 공단을 배경 삼아 카메라 셔터를 누를 참이면 여기저기서 군인의 굵은 육성이 터져 나온다. “사진 촬영 금지구역입니다.”

 도라전망대는 우리 영토에서 북한을 가장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다. 왼쪽으로 개성공단이, 정면으로 개성 시내와 송악산이, 오른쪽으로 북한 최남단 선전마을 기정동과 마주보고 있는 남한의 대성동이, 대성동 바로 아래에 판문점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기정동에는 대형 인공기가, 대성동에는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망원경으로 보면 개성 시내에 있는 김일성 동상도 보인다.

제3 땅굴 관광지에 있는 DMZ 전시관.

④ 제3땅굴 - 구경거리가 된 냉전의 산물

도라전망대를 내려와 10분쯤 올라가면 제3땅굴이다. 주말이면 3000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온다. 대부분 호기심으로 찾아오지만 둘러보고서는 ‘별것 아니네’라는 표정이 역력하다. 예전에는 대표적 안보교육의 현장이었지만 지금은 범상한 관광지가 된 듯한 느낌이다.

 땅굴로 내려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DMZ 전시관 옆에 있는 ‘셔틀 승강기’를 타거나 걸어서 내려간다. 걸어서 가는 건 내려갈 때는 괜찮지만 올라올 때 힘들다. 경사 30도가 넘는 길을 360m 정도 올라와야 한다. 셔틀 승강기를 타려면 임진각에서 표를 살 때 미리 선택해야 한다. 지하 73m 지점부터 북한이 파놓은 땅굴이 시작된다. 총 길이는 265m. 땅굴 최대 높이가 2m라고 하지만, 대부분 1m50㎝에 그쳐 줄곧 허리를 숙이고 걸어야 한다. 땅속으로 깊이 내려와서 그런지 시원하다.

임진각 주차장 왼편에 있는 평화누리는 넓은 잔디밭으로, 다양한 조형물이 전시돼 있다.

⑤ 평화누리 - 통일의 꿈이 여무는 곳

버스를 타고 민통선 밖으로 나와 임진각으로 향하다 보면 시원한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평화누리다. 바람개비 수천 개가 돌아가고, 흰색 천이 나부끼고 있다. 10만㎡(약 3만 평)에 이르는 넓은 잔디밭은 출입을 막지 않는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놀아도 되고, 나무 아래서 돗자리 깔고 누워 있어도 된다. 주말마다 야외 공연장에서 영화를 틀어준다.

● 파주 안보 관광 정보

도라산역·도라전망대·제3땅굴은 개별 여행이 불가능하다. 임진각 주차장이나 임진강역에 있는 DMZ 관광 안내소에서 표를 사 버스를 타고 단체로 이동해야 한다. 첫 버스는 오전 9시20분 출발하며 마지막 버스는 평일 오후 3시, 주말 오후 3시30분 출발한다. 다 둘러보는 데 2시간30분쯤 걸린다. 월요일과 국경일은 쉰다. 신분증을 꼭 챙겨야 한다. 도라산역·도라전망대·제3땅굴 세 곳을 묶은 패키지 상품이 1만1700원(어른)이다. 제3땅굴에서 셔틀 승강기를 타지 않으면 8700원이다. 031-954-0303.

 지방 거주자를 위한 KTX 연계 상품도 있다. 매달 둘째·넷째 주 토요일 부산역에서 오전 7시30분 출발하는 KTX(신경주·동대구·김천역에서도 판매)와 광주에서 오전 7시30분 출발하는 KTX(익산역에서도 판매)를 이용하는 패키지 상품이 있다. 부산 출발은 성인 9만2000원, 광주 출발은 6만9000원이다. KTX 요금과 연계버스 요금, 점심과 각종 입장료 등이 포함된 가격이다. 1544-7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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