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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레임덕 막으려면 측근비리 척결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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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신재민 전 문화관광부 차관이 10년에 걸쳐 10억원이 넘는 거액을 받았다는 폭로가 터져 나왔다. 신 전 차관은 현 정권의 실세다. 정권 출범 이후 문화관광부 1·2 차관을 내리 연임하면서 인사철마다 장관 물망에 올랐다. 마침내 지난 8월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그러나 여러 차례의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부인의 허위취업까지 온갖 비리 의혹으로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에 폭로된 내용은 대충 사과하고 지나갔던 청문회 당시 비리보다 훨씬 심각한 범죄 행위다.

 물론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폭로를 모두 믿을 수는 없다. 그러나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라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그에 따르면 10년에 걸쳐 꾸준히 돈을 받았다. 신 전 차관은 한국일보와 조선일보에서 현직 기자로 근무하던 시절부터 수천만원의 금품을 정기적으로 받았다고 한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선거참모로 활동한 당시엔 선거조직 운영에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 정권 출범 이후 차관으로 재직하면서도 상품권과 법인카드 등을 받아 사용했다.

 폭로 과정과 이유도 황당하다. 이 회장의 주장에 따르면 현 정권 출범 이후 ‘노무현 정권 시절 여당에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심을 받아 부당하게 검찰의 수사를 받고, 회사가 망하게 되는 바람에 억울해 폭로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폭로 직전 청와대에 ‘폭로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고 한다. 또 다른 실세를 추가 폭로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그런 정치탄압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뇌물을 제공한 범죄자가 청와대를 향해 최후통첩을 보냈다는 얘기도 허무맹랑하다. 추가 폭로할 일이 더 있다는 협박도 어처구니없다. 청와대와 검찰은 방관할 게 아니라 사실 여부를 확인해 이런 황당한 상황을 명확히 설명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현 정부는) 비리 게이트가 없기에 레임덕도 없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최근 김두우 전 홍보수석이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로부터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신 전 차관 비리가 터져 나왔다. 두 사람 모두 오랜 기간 스폰서로부터 돈을 받아온 혐의다. 측근 비리가 없다고 누가 믿겠는가. 지금이라도 서둘러 주변을 점검하고, 비리를 척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