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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도 금품 스캔들 … 무너지는 ‘MB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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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신사동 SLS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 정권 유력인사들에게 금품을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채윤경 기자]


이명박 대통령을 곁에서 보좌해 온 ‘MB맨’들의 비리 연루 의혹이 연쇄폭발을 일으키고 있다. 검찰은 22일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다시 소환했다.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김 전 수석은 전날에도 출두해 18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22일 새벽에 귀가했었다.

신재민 전 차관

 김 전 수석이 검찰을 두 번 다녀간 시점에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 대한 의혹도 불거졌다. 이국철(49) SLS그룹 회장이 “10년간 정기적으로 금품을 줬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언론인 출신인 신 전 차관은 2007년 대선 때 MB 캠프의 메시지팀장 등을 거친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검찰은 신 전 차관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이국철 회장은 계열사 10곳을 거느린 기업인이나 그의 SLS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은 워크아웃 상태에 있다. 이 회장은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은 “청와대가 나를 열린우리당(지난 정부 때 여당)의 자금책으로 지목하고 기획수사를 해 피해를 본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는 신 전 차관에게 금품을 줬다고 주장하는 이유와 관련해 “청와대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나를 그만 조사하라’는 뜻이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02년 신 전 차관이 한국일보 사회부장을 하던 때 처음 만난 뒤 매달 300만~500만원을 줬고 ▶2004년 신 전 차관이 조선일보로 옮겨 편집국 기획탐사부장, 주간조선 편집장, 출판국 부국장 등을 맡는 동안 월 500만~1000만원을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신 전 차관이 MB 캠프에 있을 땐 “캠프 사람들과 쓰라”며 1억원을 건넸고,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백화점 상품권과 법인카드 등을 줬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자와 통화에서 신 전 차관은 “허무맹랑한 얘기”라며 이 회장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이 회장과 아는 사이인가.

 “10년 전쯤 누가 소개시켜 줘서 알게 됐다. 이후 가끔 만났다.”

 -결백을 주장하는 근거는 있나.

 “증거가 없다는 게 문제 아니겠나. 그런데 저쪽(이 회장)도 증거가 없긴 마찬가지더라.”

 -이 회장은 왜 폭로를 했다고 보나.

 “어느 인터뷰를 보니 이 회장이 나를 여전히 ‘재민이형’이라고 부르면서 ‘개인적으로 미안하다’고 했더라.”

 -청와대를 압박하기 위한 거짓말이란 뜻인가.

 “그건 이 회장한테 물어봐라. 나는 그냥 ‘이런 일(정치)에 뛰어든 내 잘못이지…’라고만 생각하고 있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법적으로 문제될 일이 전혀 없다. (검찰이) 수사를 할 거면 빨리 하라고 해라.”

 신 전 차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권에선 우려가 쏟아졌다. 친이명박계인 한나라당 의원은 “이렇게 구체적인 의혹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이 대통령에겐 엄청난 부담을 안긴 것”이라며 “정권 말마다 반복돼 온 ‘측근 게이트’로 번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21일에는 청와대 수석을 지낸 H씨도 박태규씨로부터 돈을 받은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런 의혹들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보도만 보고 입장을 낼 수 있나. 아직 일방의 주장 아니냐”며 입을 닫았다. 반면 민주당 김유정 원내대변인은 “자고 나면 터지는 측근 비리에 이명박 정권의 ‘블랙아웃’이 멀지 않았음을 국민은 직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남궁욱·김경진 기자
사진=채윤경 기자

◆이국철(49) SLS그룹 회장= 1992년 철도청에서 8급으로 퇴직한 뒤, 철도 부품 디자인 업체를 설립했다. 98년 중견기업을 인수하면서 철도차량 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05년에는 경남 통영에 있던 신아조선을 인수하면서 사업을 더 확장했다. 하지만 이후 분식회계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그룹은 내리막길을 걸었고 2009년 12월 SLS조선이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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