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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에게 신장 기증하려 61㎏ 감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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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오빠에게 신장을 이식하기 위해 61㎏을 감량한 캐리 로버츠(왼쪽)와 오빠 토니 볼더. [ABC방송 캡처 화면]

몸무게가 135㎏이나 됐던 미국 시카고 여성이 오빠에게 신장을 기증하기 위해 61㎏을 감량했다. ABC방송은 캐리 로버츠(35)의 감동적인 사연을 전하면서 “오빠에 대한 사랑과 오빠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합쳐져 성공한 ‘영감(靈感) 다이어트’”라고 소개했다.

 로버츠의 오빠 토니 볼더(40)가 심각한 신장질환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은 것은 3년 전. 토니의 신장 기능은 정상인의 25% 수준까지 떨어졌고, 가장 확실한 치료 방법은 신장 이식이었다. 하지만 4남매 가운데 다른 두 자매는 건강상 이유로 신장을 기증할 수 없었고, 로버츠는 아예 기증자 후보에서 제외됐다. 의료진이 로버츠가 과체중이라 위험하다고 판단, 적합성 검사조차 받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에 충격을 받은 로버츠는 혹독한 체중 감량에 들어갔다. 세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인 그를 위해 로버츠의 어머니는 매일 닭고기 요리와 샐러드를 준비해 식이 조절을 도왔다. 음악을 좋아하는 로버츠는 며칠마다 MP3플레이어에 새로운 음악을 넣어 들으면서 조깅과 걷기를 계속했다. 처음에는 1.6㎞로 시작했지만 곧 4.8㎞까지 운동량을 늘렸다. 로버츠는 “체중이 너무 나가 오빠를 도울 수 없다는 것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로버츠는 검사를 받기에 충분할 정도로 체중을 감량했고, 자신의 신장이 오빠와 완벽하게 들어맞는다는 희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신장 이식 수술은 늦어도 2주 안에 이뤄질 예정이다. 로버츠는 “사람들은 내가 오빠를 구한 게 대단하다고 하지만 사실 우리는 서로를 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장 이식 수술이 성공하더라도 로버츠가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위스콘신대의 신장 기증 프로그램 책임자인 마이클 호프먼 박사는 “이식을 위해 살을 뺀 사람의 80%가 다시 과체중으로 돌아간다”고 경고했다. 이럴 경우 로버츠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 이에 그녀는 “다시 살찐 시절로 되돌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고 ABC는 전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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