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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 암각화 낙서범은 고2 남학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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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울산시 울주군에 있는 국보 147호 천전리 각석. ‘이상현’이라는 낙서가 적혀 있다. [울산=연합뉴스]

고교생이 낙서 한번 잘못했다가 9개월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처지가 됐다.

 22일 울산 울주경찰서에 따르면 서울 M고 2학년 A(16)군은 지난해 7월 울산으로 수학여행을 갔다. 담임교사·친구들과 함께 울주군 천전리 대곡천상류에 있는 천전리 각석도 방문했다. 천전리 각석은 가로 9.5m, 세로 2.7m의 평평한 바위 면에 신석기부터 신라시대까지 다양한 그림과 글씨를 새긴 것으로 국보 147호로 지정돼 있다.

 교사와 대다수 학생이 돌아가고 친구 2~3명과 함께 뒤처진 이군은 장난기가 발동했다. 먼저 돌아간 친구를 골려 주고 싶은 생각에 뾰족한 돌로 각석 표면에 ‘이상현’이라고 낙서를 했다. 하얗게 긁힌 글씨가 5~6m쯤 떨어진 보호철책에서도 보일 정도였다.

 이 낙서는 이달 초 울주군과 문화재청에 공식 보고되고 수사가 시작됐다. 문화재청은 낙서범 제보자에게 최고 1000만원을 포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울주경찰서는 22일 시민의 제보로 낙서범 A군을 검거, 문화재보호법 위반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이 법 제92조(손상 또는 은닉 등의 죄)에는 ‘국가지정문화재를 손상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문화재보호법은 최대 형량을 규정한 다른 법과 달리 최소 형량을 규정해 처벌이 훨씬 엄하다. 강성헌 변호사는 “A군의 경우 형사처벌을 면제받는 형사미성년자(14세 미만)는 아니지만 성인(20세 이상)에 못 미쳐 최소 형량이 9개월까지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신고포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제보자를 문화재청에 통보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직원 3명은 지난 16일 4시간30분간 작업해 낙서를 지웠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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