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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최동원’ 등번호 11 롯데 첫 영구결번 헌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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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프로야구 롯데-SK전이 열리기 전에 선수들이 고 최동원 선수를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부산=정시종 기자]

고 최동원 선수가 프로야구 현역이던 1987년 연습하던 모습. [중앙포토]

22일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SK 와이번스가 2위를 다투는 3연전 막판승부를 펼친 부산 동래구 사직운동장. 꽉 들어찬 관람석 곳곳에 롯데의 파란색 옛 유니폼을 입은 관중이 여럿 보였다. 유니폼에 적힌 숫자는 한결같이 11번. 고 최동원 감독의 등번호다. 일부 관중들은 ‘레전드 최동원’ ‘NO 11 최동원과 결승전까지’ ‘고 최동원 선수의 명복을 빕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양손에 들고 있다. 1루석에는 롯데백화점 직원과 가족 500여 명이 최 전 감독을 추모하는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고 응원전을 펼쳤다.

구자룡(39)씨는 “최 감독은 롯데팬이라면 설명이 필요 없는 스타이고 영웅이다. 돌아가셨지만 오늘 롯데 선수·팬들과 함께 할 것이고 그 힘으로 결승까지 갈 거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한국 야구의 전설, 고 최동원 선수의 발인이 엄수됐다. 하지만 팬들의 추모 물결은 이어지고 있다. 본격적인 추모행사는 오는 30일 사직운동장에서 펼쳐질 두산 베어스전부터다. 9월 30일은 지난 1984년 당시 최동원 선수가 대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1차전 때 한국시리즈 사상 첫 완봉승을 기록한 날이다. 최 선수는 그때 7전4선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상대로 전무후무한 ‘혼자 4승(1패)’를 기록하며 ‘무쇠팔’이란 별명도 얻었다.

 그는 경남고 2학년이던 75년 ‘최강’ 경북고를 상대로 노히트노런, 다음해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에게 탈삼진 20개를 잡아내며 초고교급 투수 반열에 올랐다. 실업야구 롯데에 입단했던 81년 최우수선수(MVP)·다승왕·최우수신인상을 싹쓸이하며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에이스가 된다.

 롯데는 30일 고인의 이같은 활약상을 담은 특별 영상을 제작해 전광판에 상영하는 추모행사를 한다. 이날 고인의 등번호 ‘11’ 도 영구결번 된다. 롯데에서는 처음이고, 한국 프로야구 사상 10번째다.

장병수(59) 롯데 자이언츠 사장은 “명예감독 선임 등 고인의 빛나는 업적에 맞는 예우를 위해 구단 안팎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영구결번은 불세출의 투수를 기리는 첫 추모행사다”고 말했다.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최 전 감독은 생전에 “몸이 나은 뒤 롯데 자이언츠 감독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해왔다. 하지만 롯데와 최 전 감독 사이에는 앙금이 있었다. 88년 롯데 선수 시절 프로야구선수회 결성을 주도하다 실패해 삼성으로 쫒겨났기 때문이다. 90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뒤 한화 코치와 방송 해설가, KBO 경기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도 끝내 롯데로 돌아오지 못한 이유다.

 잠시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최 감독이 지난 2009년 7월 4일 트레이드 후 21년 만에 롯데 경기 시구를 위해 사직구장에 선 것이다. 하지만 최 전 감독은 갑작스럽게 죽었고, 부산시민들과 야구팬의 안타까움은 더욱 커졌다.

추모열기가 식을 줄 모르는 이유는 또 있다. 롯데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올라 현재 1위인 삼성과 만난다면 지난 84년 이후 무려 27년 만에 한국시리즈 재격돌을 하게 된다. 당시 한국시리즈의 두 주인공이었던 ‘최동원-장효조’는 운명처럼 일주일 사이에 세상을 등졌지만 양팀 선수들은 벌써부터 ‘두 레전드(전설)를 위해 꼭 우승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영웅은 갔지만 전설은 또 한번 마운드에 우뚝 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부산=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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