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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컨벤션 산업, 독일에서 배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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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이우정
넥솔론 대표

세계적으로 매주 수십 개의 크고 작은 국제산업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약 5000개의 국제산업전시회 및 콘퍼런스가 1년 내내 열린다고 보면 된다. 산업박람회라 하면 이론적 세미나 및 콘퍼런스뿐 아니라 전시회도 겸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 소비자를 위한 박람회와 차이점이라면 분야별 전문성이 높고 관련자들만 참석한다는 의미에서 좀 더 폐쇄성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대개는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서울이나 도쿄 같은 대도시에서 열릴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상은 작은 규모의 도시에서 열리는 경우가 훨씬 많다. 서울은 차치하고라도 도쿄만 해도 세계적으로 명성 있는 국제산업박람회는 대여섯 개가 전부다.

 이런 컨벤션 산업의 성공적인 예는 독일에서 찾을 수 있다. 세계 10대 전시장 중 독일에만 무려 3개가 있다. 연간 160여 회의 각종 국제산업박람회가 열리며, 외국에서 전시에 참여하는 회사 수가 9만2000여 개에 달한다. 방문자 수도 1000만 명 이상이다. 박람회 참가 회사와 방문자가 소비하는 비용만 100억 달러를 상회할 것이다. 이미 하나의 중요 산업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인구 52만 명의 하노버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국제 상설 전시장을 가지고 있다. 규모가 50만㎡에 달한다. 우리에게도 세계적 전자박람회인 ‘세빗’의 개최지로 잘 알려져 있다. 이토록 크지 않은 도시들에서 전시회 및 컨벤션 산업이 꽃피울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상대적으로 작은 도시이기에 구성원 전체가 어떤 전시회가 개최되는지 잘 알고 있으며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뮌헨은 전시회 입장권을 보여 주면 시내의 대중교통 수단을 무료로 이용하게 해 참가자들의 이동 편리성 및 교통비 절감을 돕고 있으며, 지하철 역마다 환승하는 곳에서 전시장 가는 방향을 친절히 표시해 준다. 택시를 타도 입장권을 보여 주면 가까운 입구로 택시기사들이 알아서 잘 데려다 준다. 한마디로 시민들이 방문자들에게 관심을 보여 주는 것이다.

  둘째, 전시회에 참가·방문하는 사람들은 전시장 인근에서 숙소를 찾기 마련이다. 함부르크만 하더라도 전시장에서 불과 직선거리 5㎞ 이내에 5성급 호텔이 11개나 있고 그 외의 숙박시설도 차로 15분 또는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에 주로 위치해 있다. 전문 전시회이자 박람회이기에 방문한 사람들은 주어진 시간 내에 더 많은 상담과 수주를 하기 위해 길에서 허비하는 시간을 줄이고자 한다. 관광이 목적이 아니기에 작은 도시들은 시간 효율성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많은 국제산업박람회를 유치하고 유지하려는 노력이다. 박람회에 참가하는 회사들은 이미 1~2년 전부터 참가 여부를 결정하는데 한 번 좋은 성과를 거둔 박람회에는 이후에도 참가하는 경향이 있다. 방문자들도 이전에 좋은 기억이나 성과가 있었던 곳을 다시 찾기 십상이다. 따라서 한두 해 전시회를 개최한 것만으로 컨벤션 산업을 유치했다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하나의 박람회가 뿌리내리는 데는 몇 년의 시간이 걸릴지 알기 어렵다. 박람회를 유치하려는 도시는 그 산업에 인센티브를 주면서 보다 많은 사람이 그곳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오게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컨벤션 산업은 꾸준한 투자와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일회성 행사로만 머물기 십상이다. 우리는 어떤가? 떠오르는 산업이다 싶으면 각종 박람회를 급조한다. 세계 어디선가 기존 전시회가 같은 기간에 열리더라도 일단 국내에서 판을 열고 본다. 같은 성격의 전시회가 동시에 두 곳에서 개최될 때도 있다. 그렇다 보니 외국에서 오는 방문자는 고사하고 국내 업체의 참가 및 방문조차 보기 쉽지 않다. 단지 크고 화려한 전시장만 갖추고 있다고 방문자가 늘어나는 건 아니다. 장기적이고 보다 큰 투자, 주민들의 구체적인 관심과 사랑이 합쳐져야 비로소 컨벤션 산업이 되는 것이다.

이우정 넥솔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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