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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로 다시 태어난 대학가요제 출신 심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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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첫 번째 앨범 ‘자기만의 방’을 낸 심규선.

처음 들은 건 목소리에 관한 풍문이었다. 목소리에서 산들바람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심.규.선. 1986년 부산 출생. 2005년 MBC대학가요제에 그룹 ‘아스코’의 보컬로 출전해 금상을 받았다. 그러곤 사라졌다.

 지난해부터 다시 소문이 들렸다. 1인 밴드 에피톤프로젝트의 앨범에 객원 보컬로 참여하면서다. 소문처럼 그의 목소리에선 산들바람 소리가 들렸다. 바람을 머금은 듯 가늘게 파열하는 목소리가 매력적이었다.

 이달 초 그는 첫 정규앨범 ‘자기만의 방’을 발표했다. 루시아로 이름도 바꿨다. 그 소문(요정 같은 외모)이 사실이라면 제법 어울리겠다 싶었다. 소문은 사실이었다. 몇 달 전 “‘보컬 요정’이 곧 앨범을 낸다”는 말을 들었던 터였다.

 “아직도 정말 첫 앨범을 냈다는 게 실감이 안 나네요. 아쉬움도 크고요. 앨범을 내자마자 다음 앨범부터 생각했다니까요.”

 이건 겸손의 언어다. 그가 발표한 첫 정규앨범을 듣고선 그렇게 결론 내렸다. 모두 13곡이 담긴 앨범은 한 편의 단편 소설을 닮았다. 들리는 앨범이라기보다 읽히는 앨범이다. ‘첫 번째 방’으로 이야기를 열고, 절정 격인 ‘두 번째 방’을 지나 결말인 ‘자기만의 방’으로 이야기를 닫는다. 대다수 곡을 에피톤프로젝트(차세정)가 썼다.

 “에피톤프로젝트와 막상 함께 작업하려니 좀 아옹다옹 했어요. 충돌하는 의견을 거르고 거르다 보니 좋은 음악만 남게 됐죠.”

 ‘자기만의 방’이란 타이틀은 영국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1882~1941)의 동명 에세이집에서 빌려왔다. 루시아는 “강인한 여성 예술가의 삶을 성찰한 이야기에 매료돼 똑같은 제목을 붙였다”고 말했다. 루시아에게 ‘자기만의 방’이란 여성 싱어 송라이터로서의 꿈이다. 이번 앨범에도 ‘버라이어티’ 등 자작곡 3곡이 실렸다. 그는 “다음 앨범부터 조금씩 자작곡을 늘려갈 것”이라고 했다.

 루시아의 미니홈피엔 수년간 이런 문구가 박혀있다. ‘끔찍하게 민감한 마음.’ 민감함이란 모든 예술의 밑바탕이다. 세상과 민감하게 교감할 때 예술이 빚어진다. 주목하시라, 끔찍하게 민감한 한 여성 뮤지션이 스타트 라인을 떠났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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