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100만달러 시계를 욕 먹으며 매장에 내놓는 이유 아십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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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가격은 없다
윌리엄 파운드스톤 지음
최정규 외 옮김
동녘사이언스
451쪽, 1만8000원

시즐러, 티지아이 프라이데이즈 등 외식산업에서는 메뉴 품목을 스타, 퍼즐, 플라우호스, 도그로 분류한다. 인기 있고 이윤도 많이 남는 것이 스타, 이윤은 많이 남지만 인기가 없는 품목은 퍼즐, 인기는 있지만 팔아봤자 남는 게 별로 없는 메뉴가 플라우호스, 인기도 없고 이윤도 별로인 메뉴는 도그라 한다. 메뉴 컨설턴트들은 햄버거에 감자 프라이와 소다수를 묶어 팔거나 고가의 스테이크를 사이즈만 달리해 ‘더 저렴한 가격’의 작은 스테이크를 ‘맘 편히’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퍼즐을 스타로 바꾸거나 고객이 플라우호스를 선택하지 않도록 전략을 짠다. 매출과 이윤을 최대로 올리기 위해서다.

 MIT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미국의 논픽션 작가가 쓴 이 책은 이처럼 가격을 둘러싼 심리학· 전략을 파헤쳤다. 핵심 개념은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과 그의 파트너 아모스 트버스키가 명명한 ‘앵커링(anchering) 효과’. 앵커링 효과는 알려지지 않은 양을 추정할 때 초기 값(앵커)이 심리적 지표 또는 출발점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면 1994년 미국 뉴멕시코 주의 한 법정에서 배심원들은 맥도날드사에서 산 뜨거운 커피를 쏟는 바람에 화상을 입은 80대 여성에게 회사는 290만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평결했다. 이는 ‘앵커링 효과’를 활용한 변호사의 전략이 낳은 승리였다. 변호사는 맥도날드 커피가 다른 패스트푸드 점의 커피보다 뜨겁고 회사 초기 대응이 무성의 했다는 점을 들어 전세계 맥도날드점의 이틀치 커피매출액(하루 135만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심원들은 ‘이틀채 매출액’이란 앵커에 걸려 상식적으로 어처구니 없는 배상액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휴블럿사는 ‘322개의 검정 다이아몬드가 박힌 100만 달러짜리 블랙 캐비어 빅뱅 시계(처음 들었다)를 단 한 개 만들어 최고급 매장에 전시한다. 능력이 안 되는 소비자들이 터무니 없는 가격에 분노를 느끼는 한편 상대적으로 더 싸게 느껴지는 다른 ‘명품’을 사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도록 하는 일종의 ‘야바위꾼’이다.

실제 영국의 프라다 웹사이트를 보면 여성용 신발 10켤레, 핸드백 24개, 그리고 54개의 ‘선물’ 올라 있는데 매장 측은 실제 300달러짜리 선글라스나 110달러짜리 휴대전화 장식 같은 데서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다. 역시 앵커링 효과를 응용한 매출전략이다.

 책을 읽고 나면 재료비에 디자인 등 가공비, 적정 이윤을 더한 공정가격은 ‘신화’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적 가격 측정에 능하지만 절대적 가격을 산정하는 데는 서툰 일반인의 심리를 이용한 가격 책정 메커니즘이 판치기 때문이다. 이 가격심리학 연구서는 19세기 정신물리학에서 세계적 가격컨설턴트사인 독일 SKP까지 가격심리학사도 함께 다루고 있어 읽기 마냥 편치 만은 않다. 아울러 많은 학술적 연구가 그렇듯이 이 책도 마케팅 현장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전략의 이론적 배경을 다뤘기에 흥미로운 사례도 많고 체계적이되 조금은 진부하다는 점도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김성희(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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