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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창원시 1년 “이랄라꼬 합치자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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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거지 둘이 결혼한다고 백만장자가 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부부싸움만 하게 된다.”
최근 지방자치단체 통합이 한창인 스위스에서 정치인들이 통합을 밀어붙이려고 하자 한 경제학자가 충고했던 말이란다. 서로 조건도 따져보지 않고 상견례 2달 만에 ‘결혼’한 통합 창원시는 요즘 ‘부부싸움’으로 시끄럽다. 불과 1년 된 ‘신혼살림’이지만 서로 불만이 쌓일 만큼 쌓였다. 일단은 좀 더 두고 보자는 심산이지만 이대로라면 ‘이혼’도 불사할 태세다.

지난해 7월 1일 경남 창원·마산·진해시가 합해진 통합 창원시가 출발했다. 그 후 1년이 지났지만 ‘통합 후유증’으로 인한 불만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경상남도 창원시는 한동안 ‘잘나가는’ 도시였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예산 규모 1위, 지역총생산(GRDP) 1위의 탄탄한 재정을 자랑했다. 경남 도청소재지로 주요 관공서가 밀집해 있고, 3만2517개에 이르는 크고 작은 기업이 지역경제의 발전을 이끌었다. 계획도시가 갖춘 쾌적한 환경은 주민생활에 편의를 가져다줬고, 50만 명의 인구는 행정효율성을 극대화하기에 최적이라고 평가됐다. 평균 연령 30세의 젊은 시민들로 구성돼 2009년 처음 실시한 지역경쟁력지수(전국 163개 기초생활권 시·군을 대상으로 한 지역경제력·생활서비스·주민활력·공간자원 종합평가)에서 7위를 차지했다.

1년 새 집값 90% 상승… 화난 시민들 “내년 총선 때 두고 보그레이!”

10분 거리에 사는 이웃, 마산시는 그런 창원시가 부러웠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졌지만 그로 인해 도시 전체가 노후화된 분위기였다. 더 이상의 지역 발전을 기대하는 데도 무리가 있었다. 20~30년 전만 해도 창원보다 훨씬 화려했던 마산 시가지는 어느덧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시내 한가운데 위치한 옛 한일합섬 공장만이 ‘과거의 영광’을 증명하듯 아직까지 자리를 지킬 뿐이다.

2009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을 언급했다. 230개로 이뤄진 현행 행정구역을 2014년까지 60~70개 수준으로 통합해 행정구역의 비효율성을 없앤다는 취지였다. 곧이어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도 솔깃한 제안을 내놓았다. 자율 통합하는 지자체는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우선순위가 주어지고 국고보조율이 10% 향상된다고 했다. 통합 직전에 시·군·구별로 50억원의 특별교부세를 지원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추가 지원도 약속했다. 그 밖에도 학군 재조정을 통해 기숙형 고교와 마이스터고, 자율형 사립고 지정 시에도 우선 고려대상에 포함한다는 등 갖가지 ‘파격 조건’을 제시했다.

‘한 지붕 세 가족’의 탄생 배경
마산은 수많은 인센티브에 마음을 빼앗겼다. 이번 기회에 이웃 창원과 한집이 되면 마산도 창원처럼 발전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세 번 연임해 마지막 임기를 채우던 황철곤 전 마산시장에게도 통합은 기회였다. 통합시가 되면 다시 시장선거에 출마할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었다. 황 시장을 비롯한 마산시 국회의원·시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던 시민들 역시 찬성 의사를 밝혔다.

창원은 처음엔 시큰둥했다.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다. 한편으로는 2014년까지 이왕 할 통합이라면 남들보다 좀 서둘러 인센티브를 챙기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판단이 섰다.

또 다른 이웃 진해시도 통합시 ‘입주자’ 물망에 올랐다. 17만여 명의 진해시민은 꺼림칙했다. 창원(50만여 명)과 마산(40만여 명)에 인구로 보나 시의회 의석 수로 보나 밀릴 게 뻔했다. 오래된 군사도시인 터라 큰 발전을 기대하긴 어려웠지만 부산과 연계한 신항 사업만으로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었다. 이재복 전 진해시장을 시작으로 지역민의 반대 목소리가 커졌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을 제외하고는 네 명 모두 한나라당 출신인 창원·마산·진해(이하 창·마·진) 국회의원들은 애가 탔다. 중앙정부에서 인센티브를 약속한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세 지역의 시의원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창·마·진 통합준비위원회(이하 통준위) 위원장을 맡았던 장동화 창원시의원은 “개인적으로 압력을 받은 적은 없었으나 국회의원들이 시의원들에게 빠른 추진을 강요한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통합 논의 초기부터 주민투표의 중요성을 주장하던 창원시의회는 갑자기 입장을 바꿔 시의회 표결만으로 통합 찬성 결정을 내렸다. 진해도 시민공청회를 열며 주민을 설득해보려 했지만 파행만 거듭했다. 행안부의 재촉에 창·마·진 의원들은 절차적 민주주의 대신 인센티브를 택했다. 결국 행안부 발표 두 달 만인 지난해 7월 1일, 창·마·진이 합쳐진 통합 창원시가 탄생했다. 언론은 자율 통합에 성공한 첫 번째 지자체로 치켜세웠지만 실상은 정치인만 자율적이었던 셈이다.

어느덧 1년이 흘렀지만 절차적 민주주의를 어긴 ‘강제 통합’이었다는 시민의 분노는 쉬이 가시지 않았다. 창원시 마산합포구(옛 마산지역)에 거주하는 최성민(43) 씨는 “주민투표도 하지 않고 정치인들끼리 투표해서 마음대로 합친 게 무슨 자율 통합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통합 찬성표를 던졌던 시의원들도 이젠 대부분 ‘졸속 통합’이었다는 점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역 시의원은 “인센티브를 받아 지역경제를 위한다는 심정으로 통합에 찬성했지만 현재 시민들의 여론을 보니 너무 서둘렀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통합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주민투표를 실시했어야 하는데 ‘인센티브에 눈이 멀어’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통합 논의가 한창이던 2009년 말, 진해시 도로변에 통합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생활권이 부산과 가까운 일부 지역 주민들은 부산시와의 통합을 요구하기도 했다.

통합 논의가 한창이던 2009년 말, 진해시 도로변에 통합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생활권이 부산과 가까운 일부 지역 주민들은 부산시와의 통합을 요구하기도 했다.

통합청사가 총선 표심 결정
설상가상으로 통합 1년이 지나도록 기대했던 인센티브도 나오지 않았다. 통합 지자체의 행정·재정적인 지원을 위한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지난해 9월 국회를 통과했다. 문제는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령이 아직 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창·마·진 도시철도 개설 등 창원시 13개 현안 사업(총 3조3000억원)에 대해 2조2000억원 이상의 국비 지원을 계획했다. 하지만 올해 국비 176억원만 지원한 것으로 끝났다. 창원시와 의회는 “창원시가 전국의 첫 통합 모델인데 정부 부처 장관과 실무자들이 그동안 바뀌는 바람에 모두 방치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장동화 시의원은 “통합 결정을 내린 후에 국회에 찾아가서라도 창원시 특별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켰어야 했는데 그 시기에 통준위가 내부에서 분열하는 바람에 시기를 놓쳤다”고 고백했다 장 의원이 말한 ‘적기’ 동안 창·마·진 의원들은 통합청사 입지 문제를 놓고 분열됐다. 각자 자신의 지역으로 통합청사를 가져가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겨우 합의한 게 1순위는 마산·진해 부지, 2순위는 창원 부지로 한다는 정도였다. 지명을 내어준 마산·진해는 청사라도 갖고 가겠다는 각오였다.

통합청사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올해 초 안홍준 한나라당 국회의원(마산 을)이 발언한 ‘사전합의설’이 갈등의 불씨가 됐다. 안 의원은 한 지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통합 시청사는 당연히 마산지역으로 와야 한다”면서 “통합 추진할 때 명칭은 창원, 청사는 마산에 오는 걸로 이미 이야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밀실야합이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지역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창·마·진 간 불신이 팽배한 가운데 통합청사 부지 선정은 20개월짜리 용역작업이 진행되는 중이다. 지역구 의원들은 내년 총선을 의식해 통합청사지 발표를 아예 내년 말로 미뤄놓겠다는 속셈이다. 한 국회의원은 “섣불리 한 지역으로 정해질 경우 나머지 지역 시민의 표심을 붙잡을 길이 없다”면서 “내년 총선 후보들의 선거공약 1순위는 통합청사 유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산회원구에 사는 유민석(33) 씨는 “통합은 2개월 만에 해치운 사람들이 청사 부지를 정하는 데 20개월이나 걸린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마산 사람들은 이름과 임시청사 모두 창원에 내준 마당에 통합청사까지 빼앗기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창구에 거주하는 김혜연(38) 씨도 “청사가 우리 지역으로 오지 않는다면 통합에 앞장선 한나라당을 내년 선거에서 찍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내년 표심이 통합청사에 달려 있음을 예상할 수 있었다.

의원들이 통합청사를 놓고 대립하는 사이 시민의 삶은 더욱 곤궁해졌다. 집값이 뛰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이 매달 전국 평균보다 0.4~0.5%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통합 이후 기대심리로 집값이 상승했고, 자연스레 개인서비스업종 가격 상승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통합 전 1억원 정도이던 진해지역 아파트 전세금은 최근 2억원을 호가할 정도로 폭등했다. 창원(15.5%)과 마산(14.9%)도 큰 폭으로 올랐다.

창원시 진해구(옛 진해지역)의 109㎡(33평) 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정숙(36) 씨는 “통합 전엔 (현재 사는 집의) 전세금이 1억2000만원이었는데 1년 새 2억3000만원까지 뛰었다”면서 “집 있는 사람이야 집값 올라서 좋겠지만 우리 같은 서민은 어디에 가서 살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민과 멀어진 행정서비스
일부 지역은 공공요금도 올랐다. 통합 전 창원시는 “혜택은 늘리고 부담은 줄이겠다”는 ‘통합시민 불이익 배제 원칙’에 따라 공공요금을 하향 조정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상하수도요금과 쓰레기봉투 값 등을 옛 창원시 수준으로 맞추면서 마산·진해지역민은 오히려 부담이 늘었다.

특히 진해구민은 이전보다 상수도요금(1.2%), 하수도요금(41.1%), 쓰레기봉투 값(27%)을 더 부담하게 됐다. 양재종 ‘희망 진해 사람들’ 사무국장은 “창원시는 ‘사용자 부담의 원칙’을 내세워 인상안을 받아들이라고 하는데 그럼 애초에 말했던 ‘통합시민 불이익 배제 원칙’은 대체 어디에 적용되느냐”고 반박했다.

거꾸로 창원지역민은 자신들이 ‘역차별’ 받는다고 말한다. 이미 사회·경제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창원시에 비해 그렇지 못한 마산·진해지역으로 세금이 쏠릴 것을 우려한 탓이다. 실제로 그런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통합 창원시는 마산지역의 낙후된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담 팀까지 꾸려가며 많은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박유경(39) 씨는 “창원지역민들은 멀어서 잘 가지도 않는 재래시장을 살리려고 수억 원의 예산을 쓴다고 하니 역차별을 받는 기분”이라면서 “그동안 창원시민을 위해 쓰이던 세금이 이젠 내 생활과는 무관한 지역으로까지 간다고 생각하면 속이 쓰리다”고 말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사회기반시설이 이미 갖춰진 옛 창원시에 비해 마산·진해지역의 시설이 낙후돼 있어 당분간은 그쪽(마산·진해지역)으로 예산이 편중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 도시가 합쳐지면서 기존에 없던 구청이 5개나 더 생겼다. 졸속통합반대 공동대책위원장을 지낸 최충웅(53) 씨는 “구청에서 시청으로 승격하는 게 맞지, 시청에서 구청으로 격하하는 건 풀뿌리민주주의를 저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행정서비스를 받는 과정에 단계가 하나 더 늘어 오히려 불편하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지난해 통합 창원시 출범을 앞두고 마산시 교통안내 표지판을 교체하는 모습. 기존 마산·진해시민들 사이에선 도시 이름을 잃은 박탈감이 상당하다.
신현수(29) 씨는 “예전에는 창원시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민원을 제기하면 바로 해결할 수 있었는데 이젠 시청 권한이 아니니 구청에 문의하라는 무책임한 답변만 돌아온다”고 말했다. 3800여 명의 공무원 수는 변함이 없지만 공무원노조 통합창원시지부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무원의 82.9%가 통합 이후 업무량이 늘었다”고 답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시민들이 행정서비스를 제공받기는 더 힘들어졌다”는 대답도 64.5%에 이르렀다.

창원시민사회단체협의회는 “행안부는 인구 규모 50만~60만 명일 경우 주민 1인당 행정서비스 비용이 최소화된다는 연구 발표를 한 적이 있다”면서 “창원시는 기존 인구 50만 명인 지자체일 때가 오히려 행정효율성이 높았음을 알려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통합 후에 100만 명 규모라고 해도 구청은 두세 개면 충분한데 다섯 개나 만들어 행정서비스 비용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비판했다.

당초 행안부가 통합의 명분으로 내세운 건 주민생활 편의와 행정효율성 증대였다. 주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행정은 더 비효율적이 됐다. 그나마 기대했던 통합의 효과도 미미한 수준이다. 행안부는 지자체 통합을 권하면서 창·마·진이 통합할 경우 약 7369억원의 통합 효과가 있을 거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이종엽 경상남도의원은 “졸속 통합을 위해 효과를 뻥튀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행안부가 3개시 통합으로 절감되는 행정 비용이 10년간 2200억원에 달할 거라고 했으나 실제로는 107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행안부가 2009년 작성한 ‘창원·마산·진해 통합 효과 분석 결과’에 따르면 통합에 따른 총비용 절감 효과는 공무원 규모 조정 효과(인건비·운영경비) 1358억원(비율 61.5%), 선거 비용 및 운영 비용 감축 효과(단체장·지방의회) 36억2000만원(1.6%), 사회단체보조금 감소 효과 238억5000만원(10.8%), 중복시설 감소 효과(창원 문화예술회관) 502억8000만원(22.7%), 중복 지역축제 감소 효과 71억2000만원(3.2%) 등 10년 동안 2206억원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실제로 통합 후 현재까지 구조조정된 공무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특별법이 공무원들의 통합 반대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10년간 고용을 보장하고, 인위적인 정원 감축 등 불이익을 주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결국 공무원이 줄어들 걸 가정하고 산출한 내역은 실제로는 줄어들지 않은 비용인 셈이다. 이 의원은 “결과적으로 선거 비용과 중복 지역축제 감소에 따른 107억원가량의 절감 효과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기우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우리보다 먼저 도시 통합을 실시한 독일과 스위스 사례를 들어 “통합에 의한 효과는 실제로 밝혀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독일은 행정구역 개편을 단행한 지 50년 이상 흘렀지만 당초 기대했던 행정효율성 증대나 행정서비스 비용 감소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 근거로 ‘소지역주의’를 들었다. 이미 작은 지역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사회 기반시설을 없애기에는 기존 주민의 반발이 커져 현실적으로 비용 절감이 어렵다는 것이다.

인구 100만 명에 KTX역 세 곳이라니
이 원장의 분석처럼 창원시는 통합 후 중복시설이 많아졌다. 100년 이상 따로 살았던 지역이 합해져 쓰레기매립장·화장터 등 공공시설이 대부분 세 곳 이상이다. 대규모 운동장만 해도 창원종합운동장·창원축구센터·마산종합운동장·야구장 등 네 개 이상이다. KTX역사도 통합시내에 세 곳이나 된다. 정부는 애초 통합하면 중복투자를 막아 예산을 절감할 거라 내다봤지만 신규사업이 아닌 이상 시설운영 비용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통합 창원시가 대표적인 통합 정책으로 내세운 ‘누비자 확대 사업’도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누비자’는 기존 창원시가 보급하던 공영자전거로 이를 통해 ‘환경수도 창원’의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 통합 후 마산·진해에 확대·보급하는 중인데 시민들은 이를 두고 ‘전시행정’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마산회원구에 사는 박승재(36) 씨는 “창원은 도로가 넓고 반듯해 자전거를 타기 좋지만 마산은 길이 좁고 구불구불해 자전거를 타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다”라면서 “자전거도로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마산시 사정을 고려하지도 않고 자전거 사느라 헛돈만 쓴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산에서 가장 번화한 합성동·오동동·창동 등의 길가도 자전거를 타기엔 너무 좁고 복잡했다. 자전거도로를 더 확장할 공간도 부족해 보였다. 통합 창원시는 안 그래도 좁은 도로에 중앙분리대까지 설치하며 ‘도시 단장’을 계속하고 있다. 합성동에서 만난 한 시민은 “마산에서 자전거를 타려면 목숨 걸고 타야 할 판”이라며 “길이 좁아 안 타지 자전거가 없어서 안 타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작 시민들이 바라는 ‘통합’은 외면받는 상황이다. 옛 진해지역 시민들은 통합 후에 창원·마산과 교육 통합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통합 전 시의원들은 통합이 되면 교육도 통합될 거라고 홍보했단다. 창원시는 평준화 지역으로 22개의 고등학교가 있는 반면 진해시는 비평준화 지역으로 고등학교도 7개뿐이다. 이에 진해시내 우수한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교육 수준이 낮은 인근 고등학교 대신 창원이나 마산지역의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경우가 잦았다.

전국적으로도 교육열이 높기로 소문난 창원지역 학생들의 지난해 수능점수는 진해보다 평균 20점 이상 높게 나타났다. 창원지역 학부모들이 진해와 학군을 합하기 꺼리는 이유다. 창원시도 기존 시민들의 반발을 예상해 교육 통합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유상조 경상남도교육청 교육지원과 주무관은 “진해지역 학교들이 자체적으로 수준을 끌어올리기 전에는 학군 통합이 어렵다”고 말했다. 진해지역 학부모들로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다.

창원시 임시청사 전경. 내년 말 확정될 통합청사 부지 위치를 두고 시민들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창원시 임시청사 전경. 내년 말 확정될 통합청사 부지 위치를 두고 시민들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과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이영진(48) 씨는 “창원시내 고등학교에 다니는 큰아이는 왕복 1시간 거리를 버스로 통학한다”면서 “자기들 좋은 건 다 합쳐놓고 싫은 건 안 해주니 이게 무슨 주민을 위한 통합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는 “외부에서는 지역이기주의로만 몰고 가는데 그건 남의 속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덧붙였다.

교육 말고도 마산·진해지역 주민들은 지역경제의 중심이 옛 창원시에 편중되고 자신들은 ‘주변부’로 전락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듯했다. 기존 도시 중심부로서 역할을 하던 시청이 구청으로 바뀌면서 주변 상권도 예전만 못하다. 통합 전 마산시청(현 창원시 마산합포구청)에서 20년 넘게 한정식 집을 운영해온 한 식당 주인은 “공무원 수가 절반으로 줄어 매출이 급감했다”고 울상을 지었다. 근처에서 현수막 제작업을 하는 정 모 씨도 “일감이 없어 사업을 정리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마산·진해는 창원 들러리?
개인 사업자뿐만 아니라 통합 전 마산·진해시가 추진하던 대형 사업도 규모가 대폭 축소돼 지역민의 반감을 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진해 해군시설운전학부(시운학부) 사업이다. 진해구청 맞은편 시운학부 부지(19만2311㎡) 개발과 관련, 창원시는 통합 이후 급증한 부채 청산을 위해 전체 면적의 64%인 12만4515㎡를 매각해 아파트 등 주택과 상업시설로 활용하고 나머지를 공공시설로 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 부지 전체가 당초 공익시설 등 공공개발 용도로 예정된 점을 들어 통합 창원시가 주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부지를 팔아 빚 갚는 데 사용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020년 개통을 목표로 진행 중인 도시철도 사업도 도마에 올랐다. 당초 창원시는 전역을 주요 지점별로 연결해 마산합포구~창원~진해구청에 이르는 33.9km 구간을 이을 예정이었다. 총 6368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인 이 사업은 통합시 숙원사업으로서 시민들의 기대감을 키워왔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진해구간 전체를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진해지역민의 반발이 일자 진해구간은 절반가량만 축소하는 노선안이 용역 대상에 포함되며 진정국면을 맞았다. 하지만 구간 축소에 따른 주민들의 실망감은 여전한 듯하다.

정민호(33) 씨는 “왜 매번 진해지역만 소외되는지 모르겠다”면서 “어느 정도의 손해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분노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런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나오면서 마산·진해지역 시민단체들은 통합을 되돌리는 ‘분리운동’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차윤재 마산YMCA 총장은 “지역 인사들 사이에선 이미 분리하자는 목소리가 커진 것으로 안다”면서 “만약 통합청사마저 창원시가 가져간다면 폭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해지역도 마찬가지다. 민주주의 원칙을 어긴 강제 통합은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입장이다. 양재종 ‘희망 진해 사람들’ 사무국장은 “이대로면 헌법소원을 해서라도 되돌려놓겠다”고 말했다.

통합 창원시는 지금처럼 정부가 별다른 지원책을 주지 않는다면 광역시 승격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박완수 창원시장은 올해 초 “전국적으로 지방행정체제 개편이 안 되면 광역시 승격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장동화 의원도 “인구가 100만 명을 넘으면 그만한 권한을 줘야 하는데 지금 5000억원 도비를 받으면 우리에게 돌아오는 건 1500억원 남짓”이라며 “약속한 인센티브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덩치만 커져서 운영이 너무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는 “현 상태라면 통합 가능성이 높은 성남·하남·광주시나 청주시·청원군 등의 지자체를 찾아가서 말리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통합 창원시가 자구책으로 광역시 승격을 택할 경우 경남지역 총생산 규모의 약 40%가 빠져나가는 만큼 전문가들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경상남도로서도 창원시가 빠져나가는 건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에 대한 방편으로 김두관 경남지사는 올해 초 경남·부산·울산지역을 아우르는 동남권 특별자치도(가칭)를 제안한 바 있다.

김 지사는 “현재 부·울·경의 기존 광역시·도의 권한에다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자치 입법권과 자치 경찰권까지 가지는 지방정부의 형태”라고 설명했다. 또 “동남권 특별자치도는 새로운 법인격을 갖는 광역자치단체로, 집행부(지사)와 의회를 두며 그 대표자들은 주민이 직접 선거해 선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현재 정치권에서 추진하는 100만 명 단위의 60~70개 행정구역으로는 지방 분권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기우 교수의 제안도 김 지사의 생각과 맥을 같이한다. 이 교수는 “굳이 통합하지 않아도 지자체의 능력을 넘는 업무를 공동으로 수행할 땐 지역 간 협력하는 게 스위스나 독일의 자구책”이라며 “협력으로 해결해도 안 된다면 도(道) 단위로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 최근 일어난 동남권 신공항 유치전과 같은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는 일은 없을 거란 게 그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직접민주주의가 발전한 스위스는 10년간의 꾸준한 노력과 주민투표를 통해 기존 3000여 개의 지자체를 현재 600개 수준으로 개편했다”며 “주민투표 없이 지방의회 의결로 결정된 우리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각 지자체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통합 추진보다는 주민자치권 강화를 위해 작은 건 더 작게, 지역경쟁력을 위해 큰 건 더 크게 묶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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