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view &] 지자체, 기업 유치 유인책 매력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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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이우정
넥솔론 대표

일자리가 각국 정부의 화두가 된 지 오래다. 더 이상 고용 없는 성장은 환영받지 못한다. 미국처럼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나라에서도 외국 회사 유치에 많은 정성을 들이고 있는 이유다. 미국은 토지를 무상 제공한다거나, 직원 채용 때 한 사람당 얼마씩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많은 혜택을 주면서 기업 유치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국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마다 각종 매체에 기업 유치 광고를 내는 게 흔한 일이 됐다. 각종 당근도 내놓는다. 그러나 실적은 별로다. 왜 그럴까. 기업 입장에서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매력을 느낄 입지는 뭘까. 토지 비용, 물적 유통의 수월함, 행정당국의 업무 보조 및 재정적 지원 등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국내에서는 그런 물질적 요소(하드웨어)들은 거의 비슷해져 차별성이 없다.

 다른 지자체를 물리치고 좋은 기업을 끌어들이려면 기업이 원하는 좋은 소프트웨어를 제공해줘야 한다. 그중 제일은 사람이다. 기업 입장에선 사업이 성공하려면 인재가 많아야 한다. 그러나 젊은 인재를 키우고 잡아두기는 쉽지 않다. 좋은 학교나 기타 좋은 교육기관은 필수다. 어디 그뿐이랴. 향후 직원 자녀들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 문화시설이 충분한지 등 교육과 문화라는 소프트한 요소들을 기업들은 많이 고려한다. 특히 자녀 교육에 인생을 거는 한국인의 특성상 본인뿐 아니라 자녀들도 남부럽지 않은 교육(사교육 포함)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지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예컨대 영어학원만 해도 지방 중소 도시에서는 제대로 자기 수준에 맞춰 배울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개인의 발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더 공부하고자 하는 직원과 자녀에겐 크게 도움받을 곳이 없다는 얘기다. 혹자는 개인의 문제를 왜 회사 차원에서 고민하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좋은 사람을 많이 모으려면 직원이 필요로 하는 것을 잘 알아야만 한다.

 하나 더 있다. 얼핏 생각하면 아주 작은 문제지만 쌓이면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공항까지 가는 방법과 시간이다. 한국에 투자하고 싶은 외국 회사는 물론 외국과 교류가 많은 국내 회사들은 공항 근접성을 따지게 된다. 아무리 인천 공항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해도 오전 9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집에서 오전 3시에 나와야 한다면 기업 입장에선 곤란하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체감하기 어렵겠지만 지방에서는 외국으로 가는 비행 시간보다 인천공항까지의 여정이 더 고되다. 기껏해야 2시간 남짓 가는 일본과 중국의 많은 도시들보다 인천공항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족히 두 배는 더 든다.

 반대로 지방을 방문하려는 외국인들은 대개 서울에서 1박을 하지 않으면 지방을 다녀올 방법이 없다. 그나마 경부선 KTX로는 인천공항까지 서울역에서 한 번 갈아타고 갈 수 있는 게 다행일 정도다. 반면 호남선 KTX는 용산역까지만 운행하기 때문에 그곳부터 인천공항까지 가기가 무척 어렵다. 출장 일정을 줄이고자 오전 8시대에 출발하는 비행편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서울에 도착하는 첫 기차가 7시대라 KTX를 이용한 공항행은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 귀국 때도 밤늦은 시간에 도착하면 지방의 집으로 귀가할 방법이 없다. 하릴없이 두세 시간을 운전해 공항에 차를 세워두고, 돌아갈 때도 피곤한 몸으로 운전하고 갈 수밖에 없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로선 체면이 안 선다.

 사람이든 공항 근접성이든 하루아침에 이뤄질 일은 아니다. 새로 시작하는 기업이나 국가에선 이런 것들을 처음부터 잘 갖추고 시작할 수 없다. 한국 경제도 마찬가지다. 하드웨어는 웬만큼 됐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한다. 보다 소프트한 사회적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이우정 넥솔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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