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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수학 포기자라니요…암기보다 수의 감각부터 키워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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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단순히 가로셈·세로셈 계산 연습만 하면 수 개념이나 연산 과정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해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 학습에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특히 제 7차 교육과정에서 강조되는 ‘수 감각’은 저학년 때 익혀야 수학 학습에 필요한 이해력과 문제 해결력을 키울 수 있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초등 수학에서 중요해진 수 감각을 키우는 데 여러 가지 연산 패턴을 연습하면 도움이 된다. 일곱 살 권영우군이 다양한 연산 연습을 하고 있다. [김진원 기자]

내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권영우군은 얼마 전 여러 가지 연산 패턴을 연습하는 수학 공부를 시작했다. 엄마 김지연(34·경기도 김포시)씨는 “수에 대한 감각을 키워야 계산이 빨라지고 암산력도 높아진다는 주위의 이야기를 듣고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 7차 개정 교육과정의 목표는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데 있다. 춘천교대 신준식(수학교육과) 교수는 “문제해결력이 부족하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저학년 때 가로셈·세로셈의 연산뿐 아니라 다양한 연산 패턴을 연습해 수 감각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수 감각이란 수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19+8’을 기계적으로 푸는 학생들은 숫자를 종이에 써서 계산하려 들지만 수 감각이 있는 학생은 암산으로 수를 구조화해 ‘20+7’로 계산한다.

수 감각이 있는 사람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수학에 접근한다. 수의 의미와 수들 사이의 관계를 잘 이해해 일상생활에서 수를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수학적 문제 해결이나 어림·암산에도 도움이 된다. 수 감각을 키우려면 수의 의미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숫자 5를 이해할 때 수직선 위에서 5의 위치는 어딘지, 블록이나 도형 등의 구체물로 5를 표현했을 때는 수의 크기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여러 방법을 통해 연습해봐야 한다. 한솔교육 ‘수학 노피곰’ 강난영 개발팀장은 “수 감각은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계산하는 능력, 오류를 예방하는 능력, 결과를 합리적으로 인식하는 능력을 포함해 초등 수학 수업의 바탕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 수학교육에서는 문제 해결력을 포함한 고등 사고력과 수학적 의사소통 능력을 포괄하는 수학적 사고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수와 연산’ 영역에서는 학생들의 수 감각 개발을 중요시하고 있다.

강 팀장은 “그동안 ‘수와 연산’ 영역은 수의 읽기와 쓰기가 사칙연산에 의한 기계적인 계산이 강조돼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계산을 잘하면 수학을 잘하는 것처럼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수학에서 계산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수학교육의 방향이 수 감각을 키우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로셈·세로셈을 포함해 여러 가지 연산 패턴을 연습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 구조화 패턴’을 연습하다 보면 수의 의미와 수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강 팀장은 “수 감각을 발달시키고 암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직선 패턴’은 받아내림이 있는 뺄셈을 덧셈으로 바꾸기 쉽고, 연산과정이 시각적인 이미지로 떠올라 암산 능력이 좋아진다. 다양한 산가지나 화폐 모형, 수 모형, 자릿값 판 등을 활용해 ‘자릿값 패턴’을 연습하면 수의 대소 관계를 시각적으로 쉽게 알 수 있고, 수의 크기를 비례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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