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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관전평] 예전의 이신바예바가 아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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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유덕수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옐레나 이신바예바는 이전과 달랐다.

최고 자리에 있을 때 그는 항상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그런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경기 전 폴을 잡고 자기주문을 거는 시간도 이전보다 길어 보였다.

자신감이 떨어지다 보니 과감하지 못했다. 일반팬들도 그의 조주 스피드가 현저히 느렸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달리는 스피드가 적으면 폴의 탄력을 살리지 못해 높이 뛰기 어렵다. 이신바예바는 지면에 폴을 꼽고 올라가는 최고점 도달시간이 길어 공중동작 능력을 살리지 못했다.

과거 5m6 세계신기록을 달성할 때 이신바예바는 최고점 도달시간이 짧았다. 이신바예바가 느려진 이유는 훈련량 부족 탓으로 보이고 슬럼프 영향도 있어 보인다.

 이신바예바의 4m65 첫 도전은 컨디션 점검 차원이다. 4m70을 패스한 것과 4m75 실패 뒤 4m80에 곧바로 도전한 것은 전략이다.

장대높이뛰기 선수는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며 뛸 수 있는 횟수를 7∼10회로 본다. 4m75에서 실패한 뒤 또다시 같은 높이에 도전하지 않은 것은 경쟁자들이 이 높이를 다 통과한 상황에서 힘을 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힘을 유지한 채 동등한 조건에서 승부를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결과적으로 4m80에 도전할 기회가 두 차례로 줄었다. 장대높이뛰기는 높이와 상관없이 세 차례 연속 실패하면 더 이상 기회를 얻지 못한다.

유덕수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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