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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전임신→새끼死→합방거부 끝에 2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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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30일 서울 어린이대공원 관람객들에게 첫 인사를 한 암컷 물개 ‘물순이’(오른쪽)와 새끼. 물개는 수컷이 새끼를 공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수컷과 새끼를 격리한다. [서울 어린이대공원 제공]

2007년 4월, 세 살짜리 물개 한 쌍이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에 들어왔다. 우루과이에서 하루 반나절 비행기를 태워 데려온 귀한 몸이었다. 일명 ‘남미 물개’. 몸값만 마리당 2000여만원에 달했다. 수컷은 ‘물돌이’, 암컷은 ‘물순이’로 이름 지었다. 본전을 뽑으려면 새끼를 낳아야 했다. 하지만 물돌이가 ‘사내 구실’을 하려면 적어도 여섯 살은 돼야 했다. 동물원은 때를 기다렸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렀다. 물순이가 물돌이 보기를 ‘돌’같이 했다. 물돌이가 옆에 올라치면 으르렁대기 일쑤였다. 물순이의 배가 불러왔다. 임신이었다. 동물원 관계자들은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물순이는 이미 우루과이에서부터 임신한 상태였다. 암컷은 세 살 때부터 임신할 수 있다. 불화의 시작이었다.

 2008년 1월 물순이가 새끼를 낳자 물돌이는 날카로워졌다. 물순이가 제 새끼한테만 관심을 쏟는 게 못마땅했다. 시기, 질투였다. 물순이도 지지 않았다. 타향만리에서 낳은 새끼에 대한 아련함 때문이었다. 불똥은 새끼한테 튀었다. 계부와 친모의 갈등은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였다. 새끼는 2개월 만에 세상을 떴다. 물순이는 합방을 거부했다. 파경이었다.

 동물원은 결국 둘을 격리키로 했다. 마침 2008년 12월부터 동물원에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 자연스럽게 별거가 시작됐다. 2009년 5월 새집이 완성되고 물돌이와 물순이도 6개월 만에 재회했다. 오랜 헤어짐은 사랑의 묘약이었다. 서로 몸을 비비고 꼬아가며 금실 좋은 부부처럼 생활했다. 동물원은 안심할 수 없었다. 그래서 또 다른 암컷을 투입했다. 이번에는 또 다른 갈등이 시작됐다. 삼각관계였다. 물돌이의 ‘남성성’이 고개를 들자 물순이는 ‘후처’를 경계하면서 물돌이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했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

 2011년 6월 8일 아기 물개 ‘온누리’가 태어났다. 4년 만에 얻은 물돌이·물순이 부부의 2세였다. 온누리는 30일 대공원 내 바다 동물관에서 대중에 첫선을 보였다. 하지만 이들 가정의 평화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안심하긴 이르다. 물돌이의 바람기 때문이다. 조경욱 동물원관리소 과장은 “물개 사회에선 ‘일부다처’가 흔한 일”이라 고 말했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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