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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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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보기술(IT) 문화의 구루’ 스티브 잡스가 애플 CEO직을 떠난다는 소식이 전해진 25일 국내외 온라인 커뮤니티엔 그에 대한 찬사의 글이 넘쳐났다. 췌장암과 싸워온 지 7년. 아마도 병마 때문일 잡스의 퇴진은 그가 이끌어온 21세기 스마트 혁명이 새 변곡점을 맞았음을 뜻한다. 그에 대한 평가는 극을 달린다. 수백만 추종자를 거느린 디지털 세상의 리더, 한편으론 복수심과 정복욕에 사로잡힌 ‘악마적 천재’.

 젊은 날 잡스는 환각제를 즐기는 몽상가였다. 힌두교에 심취했고, 대학을 자퇴한 채 좋아하는 일에만 빠져 살았다. 그는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 강연에서 “자퇴는 내 인생 최고의 결정이었다”며 “(계산 없이) 그저 호기심과 직관을 믿고 나아가는 과정에서 많은 걸 배웠다”고 했다. 애플 창업 뒤에도 그는 이런 삶의 기조를 버리지 않았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제품’보다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더 완벽한 제품’을 만드는 데 몰두했다.

 잡스는 76년 동네친구 스티브 워즈니악과 애플을 창업했다. 그는 25세 때 이미 백만장자였다. 애플컴퓨터로 ‘PC의 시대’를 열어젖히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그의 독선적 경영은 이내 벽에 부딪혔다. 85년엔 결국 자신이 영입한 전문경영인에 의해 회사에서 쫓겨났다. 훗날 그는 이 경험은 “내 인생 최고의 사건이었다”고 했다. 덕분에 성공의 무게에서 벗어나 모든 게 불확실한 초심자의 자세로 돌아갈 수 있었다. 실제로 그는 컴퓨터그래픽(CG) 업체 ‘픽사’에 투자해 최초의 CG 작품 ‘토이 스토리’를 만듦으로써 영화 역사를 새로 썼다. 97년엔 경영난에 시달리던 애플로 복귀해 10억 달러 적자를 1년 만에 4억 달러 흑자로 돌려놓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런 그의 스타일은 ‘충돌과 파괴의 리더십’으로 불린다. 그는 주변 사람들과 끊임없이 불화한다. 아무리 비현실적인 목표도 그가 “해야 한다”고 하면 그대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런 그의 고집이야말로 버튼이 하나뿐인 휴대전화(아이폰), 본체 없는 컴퓨터(아이패드)가 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는 또한 기업인이기 이전에 문화창안자다. 그는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s steal)”는 피카소의 말을 즐겨 인용한다. “인류가 지금껏 만들어놓은 최고의 것을 자신의 일에 접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세계 젊은이들에게 영감을 준 그의 명언이 있다. “갈망하라, 바보 짓을 두려워 말라(Stay hungry, stay foolish)”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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