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벤 알리, 무바라크 … 카다피, 어떤 길 걸을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

리비아 시민군이 수도 트리폴리 대부분을 장악함에 따라 42년간 집권하던 카다피 정권은 무너졌다. 이제 관심은 무아마르 카다피(Muammar Qaddafi) 최고지도자의 행방에 쏠리고 있다. 그의 행방은 향후 리비아 정국 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먼저 카다피가 트리폴리에 끝까지 남아 결사 항전을 벌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22일 현재 시민군과 카다피군은 카다피의 관저인 바브 알아지지야 주변에서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현지 주민의 말을 인용해 “바브 알아지지야 주변에 AK-47소총으로 무장한 군인들과 로켓 발사기가 배치돼 있으며 주변에서 총성과 폭격음이 들린다”고 전했다. AFP는 최근 2주 동안 카다피를 만났다는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그는 아직 트리폴리에 남아있으며, 아마 바브 알아지지야에 머물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그는 관저 내 지하 벙커에 은신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민군이 관저에 진입해 카다피를 발견해도 그가 직접 뽑은 여성 경호부대 ‘아마조네스’나 같은 카다피야 부족민을 비롯한 친위세력이 육탄 보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체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체포되면 지난 6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학살죄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태라 네덜란드 헤이그의 ICC로 송환돼 재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러면 올 2월 하야한 뒤 지난 3일 카이로 법정에 피고인으로 모습을 드러낸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전철을 밟게 된다.

 카다피가 극도로 자존심이 강해 자살이나 피살로 최후를 맞을 수 있다는 예상도 작지 않다. 특히 ‘사막의 라이온’으로 불린 리비아 독립투사 오마르 무크타르(1862~1931)를 존경해왔기 때문에 무크타르처럼 체포돼 처형당하는 길을 택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리비아를 떠났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카다피는 21일에도 지지자들에게 결사 항전을 촉구하는 육성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몇 주 전부터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현지에선 그가 이미 트리폴리를 떠나 해외로 망명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시민군 대표기구인 과도국가위원회(NTC)의 마흐무드 샴만 대변인은 22일 “카다피가 알제리 쪽으로 피신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NBC 방송도 최근 “트리폴리 공항에 카다피가 해외망명을 위해 타고 갈 비행기 2대가 대기 중이며 망명지는 튀니지가 유력하다“고 전했다. 튀니지는 지난 5월 카다피 부인과 딸의 도피설이 나돈 곳이다.

그러나 올 1월 ‘재스민 혁명’으로 엘아비딘 벤 알리 전 대통령의 24년 통치가 끝나는 등 민주화 바람을 겪은 튀니지 정부가 그의 망명을 허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망명설과 사우디아라비아 망명설도 나돈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처럼 자신의 고향인 시르테로 은신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현지에선 그가 시르테나 남부 사막 기지에 숨어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후세인은 2003년 미군이 이라크를 침공하자 고향인 티크리트의 지하 토굴에서 은신하고 있다가 몇 달 뒤 체포돼 처형됐다. 오사마 빈 라덴처럼 외진 저택에 조용히 은둔할 수도 있다.

  이승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