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깊이 읽기] 법학자, 셰익스피어 문학을 비판하다

중앙일보

입력 2005.03.18 17:16

업데이트 2006.02.20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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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셰익스피어는 제국주의자다

박홍규 지음, 청어람미디어. 304쪽. 1만2000원

법학과 교수면서 반 고흐.몽테뉴.카뮈에 대한 책을 쓰는 등 다양한 지적 편력을 보여온 저자가 이번엔 셰익스피어에 딴죽을 걸고 나섰다. 셰익스피어가 누군가. 19세기 영국의 문필가 토마스 칼라일이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호언했던 귀하신 문호 아닌가. 그런데 저자는 셰익스피어를 기회주의자, 인종 및 성차별주의자인데다가 "부시만큼 싫은" 제국주의자라고 공격한다.

'오델로'는 "주체적 판단을 하지 못하고 남의 말에 속아 백인 아내를 죽이는 흑인 낮춰보기", '베니스의 상인'은 "유대인에 대한 상상적 인종 차별극"이라는 도마에 오른다. '태풍'은 더하다. 주인공이 표류지 무인도에 정착하는 과정은 제국주의적 식민화란다. 이전에도 비난은 더러 있었다. 그런데 저자는 오리엔탈리즘과 탈식민주의란 링으로 끌어내 난타한다.

셰익스피어의 원전을 어느 정도 소화한 뒤 이 책을 잡아야 분방한 글쓰기에 체하지 않고 술술 읽히겠다. 남들이 그토록 칭송하는 셰익스피어를 애써 읽었건만 영 맹숭맹숭했던 이들이라면 책을 통해 거장의 무게에서 놓여날 수도 있겠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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