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디자인 신토불이’ 선언 “해외 디자이너 스카우트 않겠다”

중앙일보

입력 2011.08.10 03:00

업데이트 2011.08.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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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현대자동차는 더 이상 해외에서 디자인 총괄(헤드)을 찾지 않기로 하고 순수 국내파 출신인 오석근(50·사진) 디자인센터 전무를 부사장으로 9일 승진시켰다.

현대차는 2009년부터 크리스 뱅글 BMW 전 디자인총괄 같은 해외 유명 자동차 디자이너를 디자인센터장으로 스카우트하려 했지만 번번이 성사시키지 못했다. 현대차의 해외 디자이너 영입 시도는 기아차의 디자인 경영 성공이 자극이 됐다. 2006년 7월 피터 슈라이어 전 폴크스바겐 수석 디자이너를 기아차 디자인센터장으로 스카우트하면서 기아차 디자인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평을 들어서다.

  더구나 정의선 부회장이 2009년 8월 기아에서 현대로 옮기면서 해외 고급차 브랜드 출신 디자이너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하지만 올해 초 크리스 뱅글 영입 협상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현대차는 고민에 빠졌다. 결국 오늘의 현대차를 글로벌 메이커로 발돋움시키는 데 큰 공헌을 한 국내파를 승진시키기로 결정한 것이다.

  현대차는 2007년부터 당시 40대 후반이던 오석근 전무를 부사장급이 맡는 디자인센터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기아차 디자인센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미국 현대차 로스앤젤레스 디자인연구소와 협력해 2009년 내놓은 ‘조각 같은 디자인(플루이딕 스컬프처)’이 성공을 거두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그동안 피터 슈라이어가 이끄는 기아는 ‘직선의 단순화’, 렉서스는 ‘L-피네스’ 등 공식화된 디자인 언어가 있었을 뿐이다. 특히 이 컨셉트를 적용한 신형 쏘나타와 아반떼·투싼이 줄줄이 미국 시장에서 대박이 나면서 승진의 계기를 만들었다. 더구나 올해 연구소 총괄을 맡은 양웅철 부회장의 신뢰가 더해졌다.

  장진택 자동차평론가(전 기아차 디자이너)는 “현대차 디자인센터가 국내파 손에 맡겨지면서 현대차만의 톡톡 튀는 선과 면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임 오 부사장은 서울대 미대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현대차 연구소에 입사했다. 89년 회사 지원으로 미국 유학길에 올라 캘리포니아의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ACCD)’을 졸업했다. 유학 시절 그는 공부뿐 아니라 일벌레로 유명했다. 93년에는 35만 달러(약 4억원)의 저예산으로 티뷰론의 모태가 된 컨셉트카를 디자인해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출품해 상을 받았다. 통상 컨셉트카 제작에는 30억∼50억원이 들어가지만 그는 열정 하나로 두 달 동안 두세 명의 미국인 디자이너와 함께 밤샘 작업을 통해 현대차의 첫 스포츠카 컨셉트카를 제작한 것이다. 당시 이 차는 미국 기자단의 호평을 받아 미국 자동차 전문지 커버에 실리면서 처음으로 한국 디자이너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유학을 마치고 5년 동안 현대차 캘리포니아 디자인센터의 수석 디자이너를 지내며 글로벌 감각을 키웠다. 2008년에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디자인상을 뽑는 심사위원을 맡으면서 주가를 올렸다. 그는 다이내믹하고 스포티한 감각의 디자인을 선호한다. YF쏘나타 디자인에 대해선 “유기적으로 흐르는 매끄러운 조형미를 구현한 가장 현대차적인 차”라며 “앞으로 한국 전통의 미를 살린 차를 디자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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