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기자의 현장] 증시 역사가 준 교훈 “패닉 견디는 자, 수익 얻는다”

중앙일보

입력 2011.08.10 00:04

업데이트 2011.08.1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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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9일 코스피가 장중 한때 180포인트 이상 폭락하며 1700선이 무너졌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관계자가 9일 최저치 1684.68을 표시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코스피는 6일간 370.96포인트(17%) 떨어졌다. [강정현 기자]


역사는 묻는다. 지금이 과연 ‘패닉’ 국면이냐고. 분명 그렇다. “그렇다면 팔아선 안 되며 여윳돈을 넣어 사라”는 조언이 돌아온다. 물론 바닥은 잠깐 더 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패닉 이후 1년 이상 참고 기다린 사람들에게 시장은 항상 큰 수익으로 보답했다.

 20여 년간 시장을 지켜본 기자도 나름의 경험칙을 갖고 있다. 종합신문 1면 헤드라인을 ‘주가 폭락’ 기사가 연일 장식했을 때 시장은 정확히 바닥이었다. 이후 주가는 예외 없이 반등했다. 신중할 대로 신중한 신문들까지 1면을 내줬다는 사실은 대중의 공포심리가 절정에 달했음을 방증하기 때문일 게다.

 역사는 또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주가는 본질적으로 무엇을 따라 움직이냐고. 답은 “기업의 가치”다. 그렇다면 요동치는 주가만 보지 말고 그 주식의 본질가치를 차분하게 짚어 봐야 한다.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8배 선으로 급락한 상황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1배까지 떨어졌다. 모두 역사상 최저 수준이다. 주식가치가 기업들의 자산을 땡처리했을 때의 청산가치 언저리까지 떨어졌다는 얘기다. 한국 증시의 PER은 역사적으로 10~15배, PBR은 1.5 ~2배 선을 유지해 왔다.

 물론 우려대로 미국에 더블딥(2차 경기침체)이 오면 얘기가 달라질 순 있다. 기업들의 순이익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블딥을 전제로 하더라도 지금의 주가 하락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5%였다. 앞으로 다시 침체가 오더라도 성장률이 그보다 심하게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2~-1% 정도다. 이런 상황이 와도 한국은 2~3%의 성장을 견지할 수 있을 것이다.


 2009년 경기침체 때 우리 기업들은 어땠나? 위기를 기회 삼아 해외 경쟁자들을 잇따라 쓰러뜨리며 글로벌 최강기업으로 속속 올라섰다. 현대·기아차를 보자. 미국 시장 점유율이 10%를 넘어 15%에 도달했다. 위기가 오면 더욱 강해진 한국 기업들은 이번에도 남다른 저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주식 투자는 거시경제 지표에 돈을 거는 게 아니다. 거시지표야 어떻든 기업들의 돈벌이가 좋으면 결국 그 가치를 좇아 오르기 마련인 게 주가다.

2008년 금융위기 때와 지금은 위기의 성격 또한 다르다. 2008년 당시는 부동산 거품의 붕괴가 초래한 가계·기업의 부실이 공포의 대상이었다. 부실의 끝이 어딘지 오리무중인 상황을 맞아 주식시장은 물론 자금시장까지 극도로 경색됐다. 이에 비해 지금은 미국과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문제가 주된 이슈다. 부실의 규모는 투명하게 노출돼 있고, 해법이 뭔지도 다 나와 있다. 정치적 합의를 통해 돈을 더 찍어내고 국채를 더 발행하면 그만이다. 채권자들도 필요하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다만 리더십 부재로 각국이 정쟁에 빠져 혼란을 자초했을 따름이다. 서로 양보하면 얼마든지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고, 더블딥의 위험도 그만큼 줄일 수 있다. 각국이 위기 상황을 마냥 방치하긴 힘들 것이다. 시장의 압력이 고조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수습책을 내놓을 것이다.

 역사는 마지막으로 묻는다. 외국인들의 매물 폭탄에 맞설 무기가 있느냐고. 있다. 바로 국민연금을 필두로 한 연기금이다. 국내 연기금은 요즘 넘쳐 나는 자금을 주체하지 못한다. 국내에선 성이 차지 않아 해외 부동산과 원자재 상품을 쓸어 담아도 돈이 남는다. 외국인들의 주식 덤핑은 연기금에 절호의 기회다. 국민연금만 봐도 올 하반기 중 5조원, 내년 15조원의 국내 주식을 매입할 계획이다. 반격은 이미 시작됐다. 연기금은 최근 3일 새 1조5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번 기회에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을 확 줄여 놓는 것도 바람직하다. 놀이터 삼아 들락날락하는 외국인들 장단에 주가와 환율이 계속 널뛰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지금이 국내 증시의 주권을 회복할 좋은 기회다.

 일반투자자들도 움직이고 있다. 주식형 펀드로 연일 2000억~3000억원씩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8일 한국 증시의 거래대금은 무려 16조원에 달했다. 평소의 두 배다. 누군가 공포를 이기지 못해 그만큼 팔고 떠났지만 다른 한편에선 누군가 그만큼 사들였다는 얘기다. 증시의 심판관은 과연 어느 쪽의 손을 들어 줄 것인가. 역사는 반복될 것인가, 아니면 이번엔 다를 것인가.

글=김광기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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